고시네마 추천 금주의 개봉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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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홍콩으로 되돌아간 왕가위 감독의 신작〈화양연화〉가 이번주 개봉된다. 얼마전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상영됐고, 양조위가 올해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아비정전〉이후 10년만에 다시 만난 장만옥과 양조위는 〈화양연화〉에서 물 오를 대로 오른 완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화양연화'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여자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의미. 왕가위는 운명적이지만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상처를 이야기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된 차우(양조위)와 리첸(장만옥). 그들의 아내와 남편은 둘다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우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차우와 리첸은 자주 부딪치게 되면서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각자의 남편과 아내가 불륜관계에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둘 역시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낀다.

과거로 돌아가서인지 왕가위의 스타일도 조금은 달라졌다. 〈중경삼림〉〈해피투게더〉 등 이전 작품에서 보여지던 빠른 편집대신 느린 호흡으로 1960년대의 홍콩을 정갈하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특히 차이니스 드레스를 차려입고 나오는 장만옥의 의상이나 양조위의 헤어스타일, 60년대를 재연하는 실내장식 등은 절제된 이들의 연기와 함께 독특한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또한 음악으로도 영상언어를 만들어내는 왕가위 감독답게 영화속에 흘러나오는 냇킹콜의 'Quizas, Quizas, Quizas'와 브라이언 페리의 'I'm in the mood for love'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귀에 감긴다.

산드라 블록의 영화 〈28일동안〉과 〈감각의 제국〉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78년작〈열정의 제국〉도 금주 개봉을 앞두고 있다. 〈28일동안〉은 〈스피드〉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던 산드라 블록이 방탕한 삶을 즐기는 알콜중독자로 출연, 즐거움과 슬픔을 동시에 경험하는 갱생원 생활을 그린 작품. 발랄한 연출과 캐릭터로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산드라 블록은 이 영화 속에서 그녀의 매력을 최대한 발산, 할리우드 일류급 여배우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평을 받았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감각의 제국〉을 만들고 2년 후 내놓은 〈열정의 제국〉은 〈감각의 제국〉과 같은 집요한 성애묘사나 성기노출 장면은 없지만 인간의 욕망과 사랑에 대한 감독의 시선은 같은 선상에 있다. 〈감각의 제국〉이 인상깊었던 관객들은 〈열정의 제국〉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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