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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홍성택 대장 전화 인터뷰] “유빙에 빨려간 대원 10분간 사라지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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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본지는 홍성택 대장이 베링해협 횡단에 성공한 직후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원들의 몸 상태는 어떤가.

 “막내 대원 (정)이찬이가 얼굴과 눈에 동상이 심하다. 상태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다. 날씨가 예상보다 더 추웠다. 새벽엔 영하 40도까지 떨어졌다. 블리자드가 계속 불어 텐트가 날아가기도 했다. 유빙도 애초 예상과는 달리 빠르게 움직였다. 불안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특히 위험했던 때는.

 “늘 위험했다. 특히 (최)재영이가 리드에 빠져 10분 정도 시야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다. 떠내려가는 유빙 속으로 몸이 빨려들어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재영이는 죽을힘을 다해 유빙 끝을 잡고 버티다가 기어올라왔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다. 특수 제작한 장비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얼음과 물에서 동시에 쓸 수 있는 수륙 양용 썰매와 물에 빠져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에어슈트를 준비했다.”

 -박영석 대장의 경험이 도움이 됐나.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형이 실패했던 지점에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이 지점은 유빙이 시속 3㎞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잠을 자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했다.”

 -세계 첫 횡단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

 “러시아 관계자들이 그렇게 말했다. 드미트리의 기록은 온전한 것이 아니고, 영국팀은 허가받지 않은 탐험인 데다 미국에서 러시아로 넘어온 것이기에 진정한 베링해 탐험이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기네스북 등재 절차를 밟을 것이다. 한국 탐험사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베링해협=태평양 북부 베링해(海)와 북극해를 잇는 해협. 아시아와 아메리카의 경계선이자 미국과 러시아의 국경선이 지나는 곳이다. 베링이란 지명은 1728년 이곳을 처음 발견한 러시아 탐험가 비투스 베링(Vitus Bering)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약 2만5000년 전, 시베리아 북부에 거주하던 이누이트족이 해협을 건너 아메리카로 이주했다고 알려진 길로 ‘몽골리안 루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얼음으로 뒤덮인다. 한겨울인 2월에는 해협 전 구간이 결빙되나 근래 지구온난화로 인해 온전히 얼지 않고 있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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