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침투의 제1 원칙은 ‘가벼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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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본선 8강전>
○·김지석 7단 ●·구리 9단

제2보(18~27)=좁지만 큰 곳이 있고 넓지만 작은 곳이 있다. 그걸 구분하는 능력이 안목이다. 흑▲는 좁지만 큰 자리다. 구리 9단은 우변을 크게 키워 승부를 보려 한다. 쳐들어오면 공격해 기선을 잡으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지석의 18은 재미있는 수다. 우변 흑진을 두려워한다면 ‘참고도1’ 백1도 좋은 수다. 그때는 흑도 우변 키우기를 중단하고 2로 걸쳐올 것이다. 무난한 진행이다. 그러나 흑▲와 백1의 교환은 왠지 백이 손해본 느낌이다. 흑▲는 현찰이고 백1은 허공 같다. 해서 18로 두고 우변은 잠시 놔둔다. 이런 게 승부호흡이다.

 구리 9단은 즉각 19로 폭을 넓힌다. “이제는 안 들어올 수 없겠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맞는 얘기다. 김지석도 곧장 20으로 낙하산을 띄운다. 21로 근거를 박탈해 전투 개시. 싸움꾼들이 맞붙으면 의외로 잘 싸우지 않는다. 한데 이 판에선 구리의 독특한 포진 탓에 때이른 전투가 시작됐다. 22는 임기응변. ‘참고도2’ 백1이 상식이지만 지금은 흑2를 얻어맞아 행마가 무겁다. 백은 A, B 등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하며 죽을 수 있는 돌을 미리 키우면 안 된다. 침투의 제1 원칙은 가볍게 움직인다는 것. 27은 사활의 급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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