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 10개를 한꺼번에 잰 무게와 7개,3개로 나눠 각각 잰 다음 더한 무게가 같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그러나 원자의 세계에서 이러한 공식은 통하지 않는다.무게가 더나갈 수도,덜 나갈 수도 있다.원자들이 핵융합 또는 분열하면서 무게가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이런 초미시 세계의 현상은 태양으로 하여금 끝없이 타오르며 빛과 열을 내뿜게 하고 원자력과 핵폭탄의 위력을 발휘하게 한다.
초자연적인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같은 미시 세계에서부터 우주에 이르기까지의 거시 세계의 신비를 풀어가고 있는 양자역학이 선보인지 19일로 1백년을 맞는다.양자역학의 발전과 응용을 살펴본다.
◇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이론〓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뉴턴과 수많은 과학자들이 빛이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만 수백년이 걸렸다.
입자설과 파동설이 혼재하다 20세기 들어 양자역학 덕분에 ''입자이면서 파동'' 이라는 명쾌한 해석을 내릴 수 있었다.
양자역학은 이처럼 모든 물질의 근본을 이루는 원자 구조와 원자핵을 이루고 있는 중성자.양성자.소립자 등의 존재와 그 특성을 해부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고체.액체.기체 등을 가리지 않고 인간이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물질의 크기까지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이론과 실험이 딱 맞아 떨어지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양자역학 밖에 없다. 양자역학이 ''황제 물리학'' 으로 불리는 이유다.
양자역학이 나오기 전에는 아주 온도가 높은 불길에서는 불의 색깔이 파란색을 띠고 낮은 온도에서는 붉은 색을 많이 띠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X선을 많이 쬐면 돌연변이가 나오는 이유도 이 양자역학으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X선의 센 에너지는 유전자 분자의 에너지 양을 변화시키고 이는 분자 구조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돌연변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안창림(물리학과) 교수는 "양자론은 1억분의 1㎝ 정도 크기인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물체 운동 등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 체계였다" 며 "지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분야에서 이 이론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원자.전자 등 마음대로 조정〓반도체.전자현미경.수소폭탄.핵발전소.레이저.초전도체 등 현대 과학의 내노라는 대부분의 연구성과에는 양자역학이 핵심으로 녹아들어 있다.
원자와 전자 등 물질의 기본 구성물질을 마음 먹은 대로 왠만큼 조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원자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를 조종, 전기를 흐르거나 끊어지도록 하는 것이 원리. 반도체의 전자를 움직이려면 적절한 에너지가 필요한 데 아주 추운 곳에서는 이런 에너지 공급이 안돼 반도체가 제구실을 못한다. 일반적으로 쓰는 전자제품이 아주 추운 극지방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원자폭탄은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개발이 가능했다.
우라늄을 중성자로 아주 세게 내려치면 우라늄 원자가 2개로 나눠지면서 막대한 폭발(에너지) 을 일으킨다는 1938년의 실험결과가 기초가 됐다.
최근에는 원자 한개로 레이저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초전도체를 이용한 자기부상열차 등이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에 주로 적용하던 양자공학이 현실 세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 해커도 손 못대는 암호 나온다〓해커들이 인터넷을 횡행하고 있는 것은 해킹을 막는 암호체계에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하면 현재 사용하는 암호를 어느 정도 빼낼 수 있고 조만간 무용지물 신세가 될 전망이다. 암호를 만드는 자릿수가 적고, 단순한 인수분해 방식을 이용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립대 안도열(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동시에 수십억개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양자역학의 특성(양자론의 충첩성) 을 이용하면 해커가 도저히 손을 못대는 암호를 만들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원자 또는 전자 한개에 한개의 정보(비트) 를 저장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도 개발 중이다.
이미 미국 로스 알라모스연구소 등에서 초보적인 회로에 대한 실험에 성공했다. 20년 안에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