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종 벤처, 자존심 건 한판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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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인력과 기술로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삼성이라 하더라도 정보보안 시장에서 벤처를 당할 수는 없습니다"

삼성과 토종 벤처기업이 미래 유망산업인 정보보안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대결의 주인공은 대주주인 이재용씨덕에 뜻하지 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큐아이닷컴'과 정보보안 분야의 대표적 벤처인 '시큐어소프트'. 야후, 아마존 등 세계적인 온라인업체들이 해킹을 당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 2003년 세계시장이 23조
원에 이를 정보보안 분야에서 두 기업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큐어소프트는 국내에 해킹에 대한 인식조차 없던 지난 95년 정보 보안사업에 뛰어들었다. 8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지금 110명의 국내 최대 인력을 자랑한다. 올해예상 매출액 또한 300억원으로 국내 최대다.

지난 96년 국내 최초의 침입차단시스템을 개발한 시큐어소프트는 올해 세계 최초로 WAP 방식을 적용한 무선 인터넷 보안 솔루션을 내놓았다. 올해초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이들은 이번달 미국 동부에 현지사무소를 차리고 중국, 유럽 진출을 준비하는 등 세계적인 보안 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삼성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월 출범한 시큐아이닷컴의 인원은 벌써 90여명. 이중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에스원, SDS 등에서 데려온 보안 전문인력이 60여명이다. 시큐아이닷컴은 내년초까지 국내에서 처음으로 1기가bps(1bps는 1초에 1
0억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의 초고속 침입차단시스템을 내놓겠다고 공언한다.지난 4월 실리콘밸리, 6월에 베이징에 진출했고 현재 일본시장 공략을 준비중이다.

시큐아이닷컴의 오경수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시장"이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만든 뒤 삼성물산의 해외 네트워크 등을 활용, 세계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자신만만한 시큐아이닷컴이지만 이재용씨 문제에는 할말을 잃는다. 삼성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한 유망 기업의 지분을 왜 이재용이란 개인이 50%나 가지고 있느냐는 지적에 오 사장은 "잘 알지도 못하며 관여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시큐
어소프트는 여기에 "이익을 대주주가 독점하느냐, 아니면 투자자.종업원이 고루 나눠갖느냐가 재벌기업과 벤처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재용씨가 삼성 계열사의 전환사채를 인수, 주식으로 전환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과 시큐아이닷컴을 코스닥에 등록, 수십배의 차익을 챙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지적에 거대기업 삼성은 작은 벤처기업 앞에서 자존심이 무너지고 만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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