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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골프·요가 … 레저 동호회 천국 “우린 자이 살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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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각양각색 사람들이 어울리며 사는 곳이다. 그 속에는 정이 흐르고 따뜻한 이야기가 넘친다. 레포츠 동호회, 자원봉사 모임 같은 활동을 통해 이웃이 하나가 된다. 중앙일보 ‘강남 서초 송파&’은 이런 아파트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한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반포자이탁구동호회 연습장은 106동 지하 1층에 있다. 회원은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왼쪽부터 회원 이주신·임도영·강성임·조숙씨, 회장 김진원씨.

210명 탁구동호회, 매달 탁구공 걸고 대회

“그냥 때려!” “그렇지! 좋아” “오늘 진 사람은 저녁 사야 해!” “집 바꾸기 내기는 어때요?” “호호호 …”

탁구공이 라켓을 맞고 네트를 넘나든다. 사람들의 농담과 응원도 오간다. 공 소리와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반포 자이 106동 지하 1층에 있는 탁구연습장. 반포자이탁구동호회 회원들이 2인 1조로 복식경기를 하고 있다.

“동호회 만드는 일 쉽지 않았어요.” 임도영(57)씨가 말했다. 임씨는 새로 지은 아파트에 주민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관련 문제점도 함께 고민하고 건강도 지키기 위해서였다. 탁구동호회를 만들기로 마음먹고 장소를 찾았다. “한 달 넘게 밤마다 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녔죠. 우리 아파트단지에 있는 44개 동 모두 지하 2층까지 둘러봤죠.” 그러다 입주민 안내센터가 3군데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관리사무소 측과 협의해 이 가운데 한 곳을 탁구연습장으로 삼았다.

탁구대가 없었다. 김진원(57)탁구동호회 회장이 나섰다. 아파트 주변 은행·증권사를 찾아갔다. 인근에 사는 주민이니 탁구대를 기증해 달라고 부탁했다. 두 대를 받았다. 다른 회원이 한 대를 더 구해왔다. 관리사무소 측도 한 대를 지원했다. 회원들이 돈을 모아 한 대를 샀다. 탁구대 다섯 대를 이렇게 마련했다. 한 회원 덕에 탁구공이 자동으로 나오는 기계 한 대도 장만했다. 2009년 5월 동호회가 탄생했다. 당시 56명이던 회원 수가 지금은 210명에 이른다.

“탁구 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아요. 회원들끼리 수시로 만나 동네 노래방도 가고 근처 맛집도 찾아 다녀요.” 20대 때부터 탁구가 취미였다는 강성임(65)씨의 말이다. 그는 “운동하러 오는 예쁜 아가씨, 멋진 총각들이 있다. 인연을 맺어주고 싶다. 올해는 시도해보려 한다”고 했다.

조숙(53)씨는 동호회에 가입한 지 3개월째다. “다른 회원들을 보면 ‘난 언제쯤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자식 키우는 것하고 탁구 치는 게 제일 맘대로 안 되네요. 요즘엔 만사 제쳐두고 나온다니까요. 조그만 탁구공이 가장 제 속을 썩여요.” 조씨가 웃으며 말했다.

탁구동호회에서는 매달 대회를 연다. 대회 1,2등에게는 탁구공이나 양말을 상품으로 준다. 행운상 상품은 탁구러버(탁구라켓에 붙이는 고무)다. 행운상은 가위·바위·보로 결정한다. 김회장은 “대회 1, 2등에게만 상품을 주면 매번 실력이 뛰어난 사람만 받게 된다. 많은 회원이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행운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호회 회원 중에는 아파트 소유자·세입자와 장기임대아파트 입주자가 있지만 서로 간 갈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 모두가 즐겁게 지내는 아파트가 진정한 명품 아파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골프동호회 여성회원은 ‘레이디스 모닝’

반포자이골프동호회도 있다. 1기가 있었지만 활동이 미미했다. 몇몇 주민이 뜻을 모아 지난달 2기를 만들었다. 120명 넘게 가입했다. 동호회 활동은 주로 아파트 주민공동생활시설인 자이안센터의 지하 2층에 있는 골프연습실(30타석)·스크린골프실(3곳)에서 한다. 주중팀과 주말팀으로 나눠 매달 한 차례 필드에 나간다.

‘레이디스 모닝’ 활동도 한다. 오전에 여성회원들이 모여 스크린골프실에서 연습한 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신다. 친목 도모를 위해 만들었다. 허은심(47)씨는 “아파트 내 시설을 이용하니 다른 운동을 하러 온 주민들과 만날 기회가 많다. 낯이 익지 않아도 센터내에서는 서로 인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동호회이기 때문에 부부 회원이 많아 더 즐겁다”고 덧붙였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아파트 내에서 즐겁게 놀 수 있으니 좋아요. 아이 다 키우고 무료했거든요.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는 외출하기도 싫었고요.” 3년 전 골프에 입문한 장정숙(48)씨의 말이다. 그는 또 “30대부터 60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골프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호회도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안센터선 영어발레·요가등 다양한 강습

동호회 활동 외에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강습 프로그램이 자이안센터에서 열린다. 발레강습은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발레, 어린이·초등발레 등이 있다. 요가 강좌는 시간대별로 진행한다. 새벽요가·생활요가와 요가필라테스가 있다. 센터 내 수영장에서도 강습을 한다. 성인반·여성반·유아반·초등반·아쿠아로빅반으로 나눴다.

강록(47) 자이안센터 운영실장은 “아파트 동호회 홍보를 도와주고 모임 장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주민 화합을 다지기 위해 아파트 체육대회를 개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포 자이 시설

44개 동 3410세대 규모
어린이용 카약장도 갖춰

반포 자이는 44개 동에 3410세대 규모다. 2006년 4월 옛 반포주공3단지를 헐고 재건축 공사에 들어갔으며 2008년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단지 내에는 주민공동생활시설인 ‘자이안센터(Xian Center)’가 있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다. 센터지하 2층은 골프연습 공간이다. 지하 1층에는 피트니스클럽, 수영장, 남·여 사우나 시설을 갖췄다. 피트니스클럽 내 운동 처방실에는 체지방분석기가 있어 강사가 측정 결과를 보고 운동법을 조언해준다. 지상 1층에는 노년층을 위한 실버룸, 놀이시설을 갖춘 키즈룸, 주민들이 차를 마시며 얘기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 등이 있다. 지상 2, 3층에는 120석 규모의 독서실과 게스트룸 9곳도 있다.

단지 내에는 어린이 놀이터·공원 9곳이 조성됐다. 이 가운데 한 곳은 1120㎡ 크기의 ‘카약장’이다. 카약 8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7월 하순부터 8월 하순까지 운영한다. 주로 유치원생·초등학생이 이용한다.

구태열(42) 관리실장은 “입주자대표회 2기 임원진이 구성되면 외부차량 출입 통제시설 설치계획과 자이안센터 내 시설 보수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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