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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이재오 공천 부결안 막지 않은 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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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홍원 새누리당 공천위원장(분홍색 넥타이)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1차 공직후 보자 추천 및 전략지역 선정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새누리당은 27일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천심사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요직을 지낸 이재오 ·윤진식 의원의 공천을 놓고 정면 충돌한 끝에 1차 공천자 명단 21명을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공천자 명단에는 이명박계 이재오·윤진식·전재희 의원과 박근혜계 서병수 ·김세연 ·윤상현 ·이학재 의원 등이 포함됐다. 또 서울 종로와 강남·서초·송파(갑·을), 경기 과천-의왕, 부산 사상, 북-강서을 등 전략지역 22곳을 선정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박근혜 위원장 주재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김종인 전 의원은 이재오 의원이 포함된 당 공천위원회의 1차 공천자 명단을 놓고 “이명박 정부의 실패에 책임 있는 인사를 공천하면 MB정권과 차별화가 안 돼 다른 공천도 실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쇄신뿐 아니라 화합이란 가치도 담은 것”이라고 설명하다가 먹히지 않자 회의실을 나와 기자회견을 청한 뒤 비대위 의결도 없이 1차 공천자 명단 발표를 강행했다.

 이 같은 소식이 비대위에 전해지자 김종인 위원은 “뭐 하는 짓이냐”고 격분했고, 다른 비대위원들도 “비대위를 무시한 행동”이라고 발끈했다. 급기야 비대위는 공천위의 1차 공천자 명단을 부결시켰다.

그러자 정 위원장도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위 전체회의를 재소집하면서 응수에 나섰다. 오후 3시30분쯤 열린 회의에서 정 위원장을 포함해 공천위원 9명은 만장일치로 1차 공천자 명단을 다시 확정했다. 새누리당 당규상 ‘재의 요구에도 공천위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회의)는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공천위가 당 최고의결기관인 비대위를 누른 셈이다.

 총선 양대 기구 간의 ‘공천 전쟁’ 속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침묵을 지키며 의중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계 의원은 “박 위원장은 이재오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할 뜻이 전혀 없었다”며 “비대위가 부결하는 걸 막지 않은 것은 자신이 발탁한 비대위원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재오 의원은 공천확정 직후 트위터에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야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하하, 노코멘트입니다”라고만 한 뒤 함구했다. 그러나 안상수 전 대표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 등은 지역구가 전략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공천이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

박근혜 "이재오 공천 부결안 막지 않은 건…"
김종인, 이재오 반대 … 정홍원, 재의결해 공천 강행
새누리 비대위·공천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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