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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수사 … 총선 앞 기업비리 쳐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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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검 중수부는 25일 하이마트 선종구 대표이사 회장과 경영진의 국외 재산 도피와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하이마트 본사와 계열사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관들이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에서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선종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선종구(65) 하이마트 대표이사 회장 일가와 경영진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은 고민과 선택이 같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선거 국면을 맞아 정치권을 직접 겨냥한 수사보다는 부도덕한 기업 비리 쳐내기를 선택했으며 하이마트가 그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분석은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대기업 배싱(Bashing·때리기)에 나선 상황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공격적인 광고로 단숨에 국내 가전양판 전문점 시장을 석권했던 하이마트는 지난해 3조4053억원의 매출(영업이익 2574억원)을 올렸다. 매출액 기준 재계 서열 120위권이다. 브랜드 가치 면에서 동종 업계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완구왕’ 박종완 대표의 역외탈세 사건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수사 노하우가 뛰어난 중수부가 대형 역외탈세 수사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수사는 중수부가 지난해 11월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 수사 종료 이후 3개월 만에 새로운 동력을 찾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수부는 지난해 말부터 기업의 재산해외도피와 역외탈세 등을 파헤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다 올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으로부터 선 회장 등의 범죄 정보를 넘겨받아 계좌 추적을 했다. 선 회장 일가와 경영진이 2005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회사를 매각하고, AEP가 2008년 회사를 유진기업에 되파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빼돌린 정황은 이 과정에서 포착됐다. 1000억원대 해외재산도피 및 탈세 혐의를 잡은 것이다. 검찰은 하이마트 계열사이자 선 회장 아들이 대표이사로 있는 여행사 ‘HM투어’와 선 회장 딸이 대주주로 있는 광고회사 ‘커뮤니케이션윌’ 등도 해외지사, 조세피난처 등과 함께 범죄에 동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선 회장이 자금 세탁을 통해 마련한 돈을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세금을 포탈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현재 선 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이고 하이마트 1대주주인 유진기업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마트 문주석 홍보팀장은 “향후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것 외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중수부가 재벌기업 비리 대신 하이마트를 대상으로 삼은 것을 두고는 “비교적 단기간 내에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고 비리 혐의가 확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선종구 리스크’ 잘라내기의 측면도 있다는 얘기도 한다. 검찰은 지난 25일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와 선 회장 일가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6일 오후 커뮤니케이션윌 사무실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선종구 회장은 =옛 대우그룹 계열사였던 대우전자의 판매총괄본부장 출신이다. 그는 대우전자에서 분리된 국내 판매본부 조직과 대우전자 국내총판업체였던 ‘한국신용유통’을 합쳐 1999년 가전양판전문점 하이마트를 설립했다. 대기업조차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한 해 130여 개의 매장을 공격적으로 출점하며 하이마트를 국내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최강자로 키워냈다. 2005년과 2008년 두 차례나 주인이 바뀌었지만 선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이동현 기자

중수부, 본사 등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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