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위서 퍼터 대신 웨지 … 강심장 신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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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지은이 3차 연장 그린에서 퍼터 대신 웨지로 세번째 샷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AP=연합뉴스]

신지은이 비록 연장전에서 패했지만 그린 위에서 보여준 ‘클린 히트 웨지 샷’은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연장 세 번째 홀 그린에서 퍼터 대신 웨지 샷으로 승부했다. 신지은이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중앙 쪽에 떨어진 뒤 핀으로부터 약 18m 떨어진 곳에 멈췄다. 그린에서는 퍼터를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그린의 굴곡이 너무 심해 거리와 방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퍼팅을 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웠다.

 신지은은 캐디와 상의하더니 퍼터 대신 웨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한 차례 빈 스윙으로 최저점을 찾아낸 뒤 가볍게 스윙을 했다. 남자 무대인 PGA 투어에서나 볼 수 있는 절묘한 어프로치 샷이었다. 스핀이 제대로 먹은 공은 경사지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듯 곧바로 제동이 걸렸고 홀 측면 1.5m에 멈춰 섰다. 그린 위에서의 웨지 샷은 당구에서 ‘300점 이하 맛세이(수직으로 찍어 치기) 금지’처럼 주말 골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린에서 퍼터 대신 웨지를 쓰는 건 PGA 투어에서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자 무대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이다. 신지은은 이 한 방의 샷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아쉽게 생애 첫 승을 놓쳤지만 배짱만큼은 챔피언이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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