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베이비 부머의 빈곤화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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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베이비 부머(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편에선 50대 중반에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이 생기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는 일명 ‘크레바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또 은퇴자들이 생계형 창업에 대거 참여하면서 상가의 월세를 끌어올려 기존 자영업자는 밀려나고, 은퇴자들도 1년 안에 문 닫는 사례가 늘어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고 있다. 이에 ‘은퇴자 창업은 노년층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베이비 부머의 3분의 2는 별다른 노후 대책도 없고, 자산도 충분치 않아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 잠재적 빈곤층이다. 이에 시니어 마트 계산대 직원 뽑는 데 석·박사만 70여 명이 몰릴 만큼 구직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늘어난 취업자 53만6000명 중 70%에 해당하는 37만6000명이 50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가 설 연휴 임시직 등 질이 나쁜 고용 형태였다.

 우리보다 앞서 베이비 부머 은퇴를 맞은 미국·일본도 노인층 빈곤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사회보장적 연금과 개인연금을 독려하는 정책과 역모기지론 등을 권장했지만 개인의 준비 부족과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일본도 금융위기로 연금 지급 시기를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면서 빈곤노인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렇게 앞선 나라의 사례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려면 정년 이후 근로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숙련공을 제외한 정년 연장은 기업에도 부담을 주고, 개인의 삶의 질 차원에서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새로 직업 분석을 통해 노인에게 적합한 직업군을 창출하고 직업 전환을 돕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노년층에 적합한 자산운영 기법을 개발해 노년층이 무분별한 창업 대신 자산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금융권에서도 새로운 노후 대비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등 범사회적으로 노년층의 인적·물적 자원의 효율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