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고기는 불고기집일까요 아닐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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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뒷쪽 동네로 가자. 소문난 맛집이 많은 그곳이지만 우리가 갈 곳은 현대불고기라는 고깃집이다.

문화회관을 끼고 KFC가 있는 길로 쭉 들어가다보면 왼쪽에 LG25 편의점이 나온다. 이곳을 끼고 아주 좁고 허름하기 짝이 없는, 사진에 나와있는 골목으로 들어가자.

한 10여미터쯤 들어가면 오른쪽에 나타나는 현대불고기. 가게 이름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곳의 주메뉴는 주물럭이다. 불고기도 메뉴에 적혀있긴 적혀있는데 먹거나 시키는 사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얼리지 않은 한우 주물럭이 13,000원선이다. 게다가 먹고나서 밥을 시키면 청국장이 딸려나오는데 그 맛이 주물럭보다 한 수 위다.

가끔 주변 룸싸롱에서 일하는 언니들이 야쿠르트나 휴지를 들고 방문하기도 한다. '김00'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야쿠르트를 마시는 게 좀 낯설지 모르나 그래도 식후 입가심으로는 좋으니 받아두자.

주의할 점은 여기는 쾌적·청결·최상의 서비스 등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사장 아주머니의 인정 하나는 알아준다.

예전에 이곳을 찾아던 기자와 친구. 실컷 먹고나니 돈 8,000원이 모자른 상황에 처했다. "저~ 팔천원이 모자란대요..." 주인아주머니 "괜찮아. 다음에 오면 줘." 이야~ 이런 인정이 단골을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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