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족 모두 감독 마흐말바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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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말바프 가족 다섯 식구는 모두가 영화 감독이다.

가장 모흐센 마흐말바프(43)는 이미 20편의 작품으로 이란의 영화수준을 세계에 알리는 데 첨병 역할을 한 감독. '사이클리스트' (1989년), '순수의 순간(96년)' 등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부산영화제 참가는 이번이 두번째. 막내딸 한나(11)가 98년 '이모가 아팠던 날' (비디오.28분)로 데뷔했고 재혼한 아내 마르지예 메쉬키니(31), 아들 메이삼(19)도 올해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

특히 장녀 사미라는 스무살의 나이에 영화 '흑판' 으로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켰다.빼어난 미모까지 갖춘 사미라는 칸 영화제가 거둔 최대의 수확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가족 다섯 명이 나란히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주최측이 영화의 본질이 뭔가를 다시 생각하고 세계 영화사상 유례 없는 특별한 성과를 이뤄낸 이 가족을 위해 특별전 '살롬 시네마! 마흐말바프가의 영화들' 을 마련했다.

10일부터 13일까지 마흐말바프 가족이 만든 여덟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10일 오전 부산 코모도호텔의 기자회견에 이어 11일 '마흐말바프 가족과의 대화' 등에 참여한 이들은 시종 일관 흥분된 표정으로 영화에 미친 색다른 가족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저희 식구가 영화제를 찾은 것은 영화 만들기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열정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모흐센의 영화 열정은 대단하다.그들에겐 영화를 만들 여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작비는 집과 차를 팔아 조달하고, 작품이 완성돼 흥행이 끝나면 다시 집과 차를 되찾는 식이다.

실제로 '순수의 순간' 이 완성된 후 반체제적 성향 때문에 상영이 금지될 위기에 처하자 가족들은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거기서 온 가족은 상영을 위한 가위질은 안된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때도 제작비 손실을 집을 팔아 메워야 했다.

결국 원작대로 남은 이 작품은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마흐말바프 가족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또 모흐센은 이란에서 아내.딸을 포함한 8명의 학생들로 영화학교를 만들어 지금까지 생활 속에서 영화만들기 기법을 강의하고 있다.

5년 전 학교를 그만두고 영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 장녀 사미라는 어린 나이지만 언제나 당당하고 주장이 분명한 감독이다.

그는 "영화는 삶이나 인생 같은 데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학교를 그만뒀으며 감독 일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생각해왔다" 고 말했다.

또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스무살이라고 못할 게 뭐냐.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몇 년 후에 데뷔한다면 너무 늙어서 아마 작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이라고 쏘아붙였다.

"영화 자체가 생활이고 놀이" 라고 입을 모으는 마흐말바프 가족은 혹시 온 가족이 영화를 만들면 의견차이나 다툼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절대 그런 일이 없다.행복할 뿐" 이라고 단언한다.

옆에서 지켜보자면 정말 특이한 식구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의 삶과 영화관이 영화 미학적으로나 제작방식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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