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예선] 잉글랜드, 핀란드와 무승부

중앙일보

입력

잉글랜드 축구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 8일(한국시간) ‘잉글랜드 축구의 메카’로 불리는 웸블리 구장에서 숙명의 라이벌 독일에게 패한 아픔이 쉽게 가시지 않는 듯 하다. 독일에 패한 후 케빈 키건 감독이 물러나고 하워드 윌킨스 체제로 첫 공식 경기에 나선 잉글랜드는 끝내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12일(한국시간) 새벽 헬싱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2 월드컵 유럽 9조 예선에서 한수 아래의 핀란드와 득점 없이 비기면서 다시 한번 고국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주전 게임메이커 데이비드 베켐, 신세대 스트라이커 마이클 오언, 수비의 핵 토니 아담스가 결장한 잉글랜드가 쉽게 핀란드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경기 전부터 예상됐던 일. 하지만 고전하더라도 결국 잉글랜드가 승리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앤디 콜과 에밀 헤스키를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하고 폴 스콜스를 중심으로 미드필더를 구축한 잉글랜드는 전반 많은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며 스스로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전반 수 차례 찬스를 무산시킨 잉글랜드는 후반에는 오히려 핀란드에게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다.

핀란드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지고 경기에 나선 핀란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6명을 주전으로 출전시켰다. 같은 리그에서 잉글랜드 대표 선수들과 여러 번 경기를 가진 핀란드 선수들은 적재적소에서 잉글랜드의 공격을 차단했다.

특히 핀란드는 게임메이커 리트마넨을 중심으로 하는 미드필더에서 잉글랜드를 압도했다. 핀란드는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잉글랜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빠른 공수전환으로 역습을 노렸다.

핀란드는 후반 28분 거함 잉글랜드를 격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아크 전방에서 리트마넨의 패스를 받은 스트라이커 포르셀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절호의 기회는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잉글랜드의 노장 골키퍼 시먼이 뛰어나오면서 먼저 볼을 외곽으로 처리해 고비에서 벗어났다. 90분 경기 중 처음이자 마지막인 일대일 찬스를 놓친 핀란드는 마지막까지 실점을 막는 것이 전부였다.

잉글랜드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은 기회가 있었다. 후반 종료 4분전 잉글랜드 7번 팔러의 슛이 크로스바 상단을 맞고 하단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가 다시 튀어나온 것이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팔을 치켜들며 득점을 주장했지만 제1부심인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경기 종료 5분 여 전부터 파상 공세를 펼쳤지만 결국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한편 같은 조의 알바니아와 그리스 경기에서는 알바니아가 2-0으로 승리하며 두 팀이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다.

핀란드와 무승부를 기록한 잉글랜드는 1무 1패를 기록하며 조 최하위로 추락했고 핀란드는 1승 1무를 기록하며 독일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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