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해리거-장문석 황금계투

중앙일보

입력

LG와 롯데가 10일 잠실에서 만났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꼴이다. 롯데는 어제 SK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패해 오늘 경기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컸다.

모처럼 수준급 피칭속의 투수전이 전개되어 긴장감이 이어졌다. LG의 에이스 해리거와 롯데 김영수의 선발 대결은 팽팽했다.

해리거는 좌우를 찌르는 직구에 체인지업을 곁들이며 상대타자를 마음먹은 데로 요리했다. 7이닝동안 2안타 2볼넷 만을 산발적으로 허용했다. 투구동작 이후의 수비전환도 빨라 3번의 강습타구를 모두 처리했고, 1루 주자를 견제로 잡아내는 등 팔방미인의 자태를 뽐냈다.

김영수도 칭찬하고 싶다. 빠른 직구로 코너를 공략하며 볼카운트를 조절했고 주무기인 포크볼로 8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LG타선은 김의 포크볼을 알고도 쳐내지 못했고, 2개 연속 커트가 되면 안쪽 직구를 찌르거나 비슷한 눈 높이로 가다 횡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하는 인상깊은 제구력을 선보여 포스트시즌 필승의 카드로 떠올랐다.

다만 포크볼을 던질 때 밋밋하게 떨어지는 실투만 보완한다면 완투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LG의 공격이 롯데를 압도했지만 섬세하고 경제적인 야구를 하지 못해 어렵게 경기를 끌고 갔다. 4회 스미스는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타구로도 1루에 머물렀고, 양준혁의 좌전안타 때 2사 이후며 타구가 느렸는데도 3루까지 가지 못했다. 보통의 주자라도 득점할 수 있는 기회였다.

7회 1사 1-2루에서 대타 허문회가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로 팀을 구했지만 베이스러닝의 문제를 드러냈다. 오랜만에 출장한 탓에 2루를 돌며 멈칫했지만 3루에 들어가며 슬라이딩을 하지 않은 것은 지적 받아 마땅하다.

LG는 유지현의 안타와 이병규의 번트가 2차례나 성공했음에도 득점을 하지 못해 타순조정의 효과가 나타나지 못했다.

롯데는 7회 1사1루에서 이종열의 병살타성 타구를 김민재가 서두르다 안타로 만들어줘 결정적인 패인이 되고 말았다. 강력한 마운드와 탄탄한 수비가 공격보다 우선이라는 야구의 격언을 상기 시켜주는 경기였다.

17승째를 올린 해리거와 10세이브를 거둔 장문석의 황금계투는 포스트시즌에서 LG를 상대할 팀들이 반드시 넘어야할 두터운 벽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