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정부 간부 "통치권에 도전하나" 말한 배경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금 통치권에 도전하시는 겁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2008년 5월. 이정환 당시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기획재정부 고위간부 C씨와 점심을 먹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정권 실세로 이사장 자리에 거론됐던 인사가 그 자리에 못 갔으니 알아서 자진 사퇴하라”는 얘기였다. 이사장에 임명된 지 두 달이 채 안 됐을 때였다. 이 전 이사장은 거부했고 C씨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며칠 뒤 런던에서 투자설명회를 진행하던 이 전 이사장에게 급보가 날아왔다. 횡령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이다. 석 달 동안 수사가 이어졌지만 자회사 직원이 뇌물을 받은 것 외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거래소는 이듬해 정부로부터 각종 규제를 받는 공공기관에 지정됐다. 이 전 이사장은 2009년 10월 사임했고 고려대를 나온 김봉수씨가 후임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 전 이사장은 “나로 인해 순수 민간기업인 거래소가 공공기관에 지정되는 등 압박이 이어져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고 말했다.

 금융계에도 이 대통령과 ‘인연의 고리’가 많은 인사들이 퍼져 있다. 금융 공기업이든 민간회사든 가리지 않는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MB와 가까운 인맥이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역시 대표적인 MB의 경제브레인이다. 산은금융지주는 정부와 정책금융공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공공기관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받기도 했다. KB투자증권 노치용 대표는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재직 시 비서실에 근무한 인연이 있다.

 사외이사 중에도 MB와 인연의 고리가 있는 인사들이 발견된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유재한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한나라당 정책실장 출신이다. 한나라당 대표특보,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한 중소기업은행 조용 사외이사는 금융권 경력이 없다. 다음 달로 임기가 끝나는 조재목 KB금융지주 사외이사도 선진연대에서 활동했다.

 본지 탐사팀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투자공사, 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등 8개 금융 공공기관과 산은금융지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MB정부 역대 기관장과 감사,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현직 등기임원 96명을 조사한 결과 영남 출신 비율은 42.7%, 고려대 비율은 14.5%였다. 조인스 인물정보의 엘리트 모집단(10만여 명)의 영남 비율은 32.8%, 고려대 비율은 7.8%다.

◆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김경희·노진호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 도움 주신 분=이원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회학), 김정민 KAIST 연구원, 박기호 서울대 교수(지리학), 권혜진 데이터저널리즘연구소 소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