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롬니 “대통령 롬니” 외치는 웅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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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후보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사람은 후보의 배우자다. 이들은 가장 든든한 우군이자 때로는 고언도 서슴지 않는 전략가로서 후보를 보좌한다.

 민주당 후보로 연임에 도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48) 여사는 최근 남편의 선거에 올인하지 않으면서도 재선을 위해 측면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오바마 재선을 위해 32차례 모금행사를 주도해 온 미셸은 올 들어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다. 평소 아동 비만 방지 캠페인을 펼치고 백악관 뜰에서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는 등 평소 건강한 이미지를 피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정치와 행정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동형’ 퍼스트레이디와 전통적인 ‘내조형’ 퍼스트레이디를 놓고 의견이 양분돼 왔다. 빌 클린턴 정부 당시 남편으로부터 건강보험을 개혁하라는 임무를 받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이후 상원의원과 국무장관까지 역임한 힐러리가 대표적인 행동형이다. 대표적인 내조형은 자선활동과 도서관 지원 등 제한적 활동에만 전념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다.

 공화당의 치열한 당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행동형 부인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부인 앤 롬니(63)다. 지난달 31일 플로리다주 예비선거 승리 축하 파티장에 나타난 앤은 “나의 남편이자 다섯 아들의 아버지, 열여섯 손자의 할아버지, 그리고 차기 미합중국 대통령!”이라고 남편을 소개했다. 1998년 난치병인 다발성경화증(MS)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다. 그는 2008년엔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그 뒤 난치병 연구를 지원하는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선거 유세장에서 전면에 나서 남편을 소개하는 명웅변가로 통한다.

 그러나 나머지 공화당 후보 부인들은 ‘내조형’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부인 칼리스타(46) 여사는 연설하는 남편 옆을 지키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뼉만 치는 그림자 내조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 번의 결혼과 이혼, 불륜으로 점철된 깅그리치의 사생활을 의식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깅그리치는 암 투병 중이던 첫 부인을 버리고 두 번째 부인을 맞았다. 그리고 두 번째 결혼생활이 끝나기도 전에 하원의장 비서였던 칼리스타에게 청혼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칼리스타는 22살이나 많은 남편 곁에서 묵묵히 내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칼리스타가 2억여원짜리 고급 보석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들이고, 머리 손질을 위해 매일 400달러(약 44만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론 폴 전 하원의원 부인 캐럴(76) 여사는 전형적인 내조형이다. “남편은 국정을, 나는 집안일을 챙긴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달 초 선거유세기간에 맞은 결혼 55주년 기념일엔 폴 후보가 캐럴 여사를 위해 호텔방에 로맨틱한 아침식사를 마련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부인 카렌(54) 여사는 7명의 자녀를 ‘홈스쿨링’으로 키우며 가정을 지켰다. 간호사 출신인 그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숨진 막내아들에 관한 저서 『가브리엘에게 보내는 편지』를 펴내며 생명의 존엄성,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후방에서 자상한 남편, 자녀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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