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족 자처했던 그분들 말 바꾸기가 심판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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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하며 패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야당 심판론. 민주통합당을 겨냥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새로운 공세 전략이다. 이번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민주당을 오히려 심판의 대상이라며 되친 것이다. 그는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야당을 심판의 주체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심판의 대상”이라고 몰아세웠다. 일주일 전 “선거에 이기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말보다 수위가 한결 높아졌다. 그가 TV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이후 처음이다.

 ◆심판의 대상이냐 주체냐=그는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대한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분들은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분들인데, 그분들이 다시 모여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계속 말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심판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고 답했다. 이어 “여당 했을 때 말 다르고 야당 했을 때 말 다른 행태는 반드시 바로잡겠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조용한 어조로 얘기를 했지만 한·미 FTA에 대해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민주당이 내세우는 ‘상황 변경론’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의 FTA와 지금을 비교하면 달라진 것이 자동차 분야밖에 없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서조차 빨리 발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추진했던 것을 시작도 해보기 전에 다 바꾸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발효가 돼 국민 실생활에 효과가 퍼지면 더 많은 분들이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MB와 차별화=박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부의 단절과 차별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 필요성은 소통 문제와 양극화에서 찾았다. “현 정부 들어 경제지표는 좋아졌지만 국민들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소통의 문제도 많았고 양극화도 심화됐다. 이런 부분들을 과감히 고치기 위해 당의 정강·정책을 바꾸었다”고 했다.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 정부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만 그는 “대선을 위해 인위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표했다. “어떻게 고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탈당이라든가, 그런 것을 해서 과연 그것이 해답이 되었는가”라고 했다.

 ◆신공항 재확인=최대 격전지인 부산의 민심 이반에 대해선 “저축은행이나 신공항 문제나 결국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국민의 삶에 집중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신공항은 현 정부가 폐기한 정책이지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인프라라는 생각에서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입지 문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국민생각 등과의 보수연대와 관련해선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이 같으면 얼마든지 같이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지금 명확하게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상 비판은 부정=최근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장물’이라고 공격한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선 “노무현 대통령 시절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것은 장물이다’면서 모든 권력을 동원해 어떻게 해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또 “2005년 이사장을 그만둬 그후로 저와 장학회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또 포용력이 없다는 지적엔 “전혀 그런 적이 없다. 금시초문이다. 물 흐르는 소리가 있으면 듣는 것이지 가서 물꼬를 막고 그런 적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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