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밀려나나 … 공청단 출신 후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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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저우창(左), 보시라이(右)

보시라이(薄希來·63) 중국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교체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보 서기와 함께 충칭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이끌었던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이 보 서기를 겨냥해 “공산당 내부의 최대 간신”이라고 공격하고 미국 망명을 기도한 지 약 보름 만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왕(多維網)은 2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의 핵심 인물인 저우창(周强·52) 후난(湖南)성 당서기가 충칭시 당서기로 이동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청단은 공산주의 청년단 간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정치 파벌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가 중심 인물이다.

 이 보도대로라면 공산혁명 원로의 자제와 친인척들로 구성된 태자당(太子黨) 출신인 보 서기가 왕 부시장 망명 기도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란 의미다. 당 최고지도부 교체가 있을 올가을 18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공청단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된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관하이샹(關海祥) 충칭 장진(江津)구 당 서기가 왕 부시장이 겸직해온 충칭시 공안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저우 서기가 공청단 중앙 제1서기로 재임 중이던 2003년 공청단 중앙 조직부 부부장에 임명된 각별한 인연이 있다. 관 서기를 발탁한 인사가 저우 서기를 충칭으로 영전시키기 위한 공청단의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앞으로 보 서기의 정치적 운명에 대해 일각에서는 2009년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유혈 사태 이후의 왕러취안(王樂泉·68) 당시 신장 당서기의 신병 처리방식에 따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 정치국원의 지위는 유지해주되 중책은 맡기지 않는 방식이다. 17년간 신장자치구 당서기를 지낸 왕은 2009년 7월 유혈 시위 이후 당서기 직에서 물러났지만 공로를 인정받아 정치국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한직인 당 중앙 정법위원회 부서기 직책을 맡았다.

 한편 중경일보(重慶日報)는 20일 보 서기가 18일 충칭시를 방문한 천창즈(陳昌智)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 해당)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충칭은 과학적 발전관의 요구에 따라 민생을 개선하고 모두가 부유해지는 길을 걸어왔다”고 한 발언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공청단을 이끌고 있는 후진타오 주석이 주창한 과학발전관을 지지하는 뜻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천 부위원장도 “충칭시가 사회의 각종 격차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온 것은 전국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보 서기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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