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한주먹 하거든…" 조폭 흉내 낸 중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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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모(15·중3)군은 2010년 4월 중순 유흥비 마련 등을 위해 동급생과 후배를 모아 서클 ‘유○○팸(패밀리)’을 만들었다. 이후 유군과 일행은 지난해 12월까지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상대로 160회에 걸쳐 현금과 귀금속 등 3700만원 상당을 빼앗았다. 갈취할 때는 겁을 주기 위해 자신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군은 동급생과 원주지역 각 중학교 2학년 및 1학년 등 38명을 패밀리(가족)란 미명하에 끌어들여 불량 서클을 결성했다. 이 과정에서 유군 등은 지역 성인 폭력배 주변을 기웃거리는 이모(20)씨와 친분을 텄다. 유군과 이모(15)군 등 3명은 이씨의 소개를 받고 알게 된 문신업자로부터 지난해 등과 가슴·어깨 등에 문신을 새겼다.

 이같이 이씨와 가까워진 유군 등은 지난해 5월 초부터 10월까지 보호비 등의 명목으로 이씨에게 30여만원을 상납했다. 이씨는 이 돈으로 렌터카를 빌려 타면서 유군 등을 태우고 다녔다. 가끔은 학교 앞에 나타나 유군을 데리고 가기도 했다. 유군 등은 또 서클 결성 이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원주시 단구동 두산공원 등에서 후배를 집합시킨 뒤 돈을 제대로 상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무와 몽둥이로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3학년은 2학년을 폭행하고 2학년은 1학년을 폭행하는 소위 ‘물갈이 폭행’도 이뤄졌다.

 원주경찰서 원용구 강력계장은 “이씨가 지역 조직폭력배 행동대원을 추종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에 조직폭력이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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