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학교 가서 잘할까 … 학부모 걱정, 교육청이 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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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7일 저녁 강원도 홍천군 남면 양덕원리 남면다문화가족회관. 이른 저녁을 먹은 다문화가정 부부와 아이들이 속속 회관에 모여들었다. 가까운 곳에서는 물론 10여㎞ 밤길을 달려 온 주민도 있었다. 서로 간단하게 안부 인사를 마친 20여 명은 회관 바닥에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들 이외에 홍천교육지원청 박영규 교육장 등 교육 관계자도 참석했다.

 오후 7시 ‘첫아이 학교 보내기’ 학부모 강좌가 시작됐다. 박 교육장은 다문화가정 어린이의 장점을 살려 훌륭히 키워줄 것을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자리를 떴다. 이어 신유미(횡성 성남초 교사)씨가 나서 올해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예비 학부모가 알아야 할 것에 대해 강의를 시작했다. 색연필은 12색, 크레파스는 24색이 적당하다는 준비물부터 한글은 ‘아버지’ ‘어머니’ 등 간단한 낱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학습능력을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제력과 자율성 등 품성 갖추기와 입학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입학 후 1학년 학생의 하루 일과, 교과서 학습 안내, 달라진 요즘 초등학교와 함께 1년간 학교행사도 소개됐다. 3월 하순쯤 열리는 학부모총회와 10월 학부모 공개수업에 학부모 꼭 참가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이어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아버지들은 자신이 학교 다닐 때와 교육과정이 너무 달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어머니들은 아이가 따돌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이들은 또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필리핀에서 국제결혼해 올해 첫아들이 협신초교에 입학하는 래미디어스(37·남면 시동2리)씨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걱정했었다”며 “오늘 이 시간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이 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를 위한 ‘첫아이 학교 보내기’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는 17일 홍천군 남면을 시작으로 23일까지 17개 지역교육지원청 단위로 열린다. 교육청이 주관해 초등학교 신입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좌를 진행하는 것은 전국 처음이다. 강원도교육청은 강좌를 위해 ▶배움의 준비를 위하여 ▶1학년 학교 교육과정 ▶1학년 길동이의 하루, 한달, 그리고 일 년 ▶1학년 길동이 엄마, 학교를 가다 ▶우리 길동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으로 구성된 교재도 만들었다.

 이 강좌에는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강사로 나서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가 어떤 마음가짐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아동 발달단계에 맞는 학습방법을 소개한다. 또 학교 급식에서부터 학용품 구입 방법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달라진 학교 교육에 대해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특히 홍천교육지원청은 두 차례 다문화가정 학부모를 대상으로 특별 강좌를 마련했다. 강원도교육청 이익환 장학관은 “처음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이 같은 강좌를 마련했다”며 “내년에는 학교 단위로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를 중심에 두는 아름다운 첫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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