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망중립성 논란 해결해야 스마트 선진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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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제출한 업무보고 제목은 ‘스마트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2012년 방송통신 핵심과제’다. 굵은 활자로 쓴 긴 수식어는 스마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KT와 삼성전자 간에 벌어진 스마트TV 인터넷 접속 차단 갈등은 ‘스마트 선진국’으로 가기엔 아직 먼 현실을 드러냈다. KT의 접속 재개로 사태는 5일 만에 일단락됐지만 ‘망 중립성 논란’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남겼다. “큰돈 들여 고속도로를 깔았더니 이 길을 이용해 돈을 버는 업자는 따로 있다. 돈 버는 이가 투자비도 분담하라”는 것이 KT의 불만이다. “자동차 만들어 판 업체에서 도로 사용료까지 내느냐, 그런 논리라면 유튜브 이용자들에게도 돈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삼성전자의 반론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비자들은 이미 초고속인터넷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망 사업자는 어떤 콘텐트도 차별하지 않고 전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과 이를 위한 투자비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외국에서도 골칫거리다.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의 스마트TV 사례를 관심 깊게 지켜보는 형국이다. 정답이 없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데이터 폭발은 이제 시작이다. 통신장비업체 시스코는 올해 이동통신 트래픽이 1163페타바이트(PB)로, 2년 새 4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1기가바이트(GB) 용량의 영화 11억 편이 통신망을 타고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는 뜻이다. 상대적으로 수용 용량에 여유가 있는 유선 망도 스마트TV 같은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추가 투자 없이 감당하기 어렵다.

 방통위는 통신사·제조사·소비자가 윈윈할 수 있는 ‘한국형 망 중립성 모델’을 속히 내놓아야 한다. 일부 트래픽 과다 사용자의 데이터 전송량과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 품질(QoS) 관리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네트워크 역시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한 통신망 위를 물 흐르듯 자유롭게 데이터가 오가는 환경을 갖춰야 스마트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가능할 것이다.

박태희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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