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골드만삭스가 꼽은 ‘성장시장’ 8개국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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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짐 오닐의 그로스맵
짐 오닐 지음
고영태 옮김, RHK
317쪽, 2만2000원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와 중국. 이들 4개국의 공통 분모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새 한 묶음이 됐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글로벌 회장 덕이다. 2001년 짐 오닐이 10년 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강대국으로 이들을 지목하면서 이들 국가의 영문 앞 글자를 딴 브릭스(BRICs)는 어느새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과 동의어가 됐다.

 브릭스(BRICs)란 개념은 선진국에 치우쳐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사고 방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는 신호탄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짐 오닐 회장이 또다시 세계 경제를 조망할 새로운 사고의 틀을 들고 나왔다. 세계 경제의 강력한 성장축이자 브릭스와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을 잇는 신개념인 ‘성장시장(Growth Market)’이다. 성장시장은 막 떠오르고 있는 신흥시장이 아니라 이미 성장의 가속도가 붙은 나라다.

 성장시장의 요건은 나름 까다롭다. 우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1% 이상을 차지한 선진국 이외의 경제다. 게다가 국가 부채가 작고 재정이 건전해야 한다. 강력한 교역망을 가지고 있고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력을 갖춘 인구도 늘어나야 한다.

 이런 조건에 맞춰 골라낸 국가는 브릭스 4개국과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한국과 터키를 포함한 믹트(MIKT) 4개국, 총 8개 나라.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짐 오닐이 “성장시장의 약진은 21세기형 골드 러시”라고 주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골드만삭스가 새로운 투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성장시장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날 선 지적에 대해 “펀드를 팔기 위한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경제 발전을 세계적 관점에서 조망하려는 사고 방식”이라며 예봉을 피해가는 노련함도 드러낸다.

 책은 세계 경제의 미래 지형도를 엿볼 수 있는 단초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브릭스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다소 긴 데다 내용도 성글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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