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 애들 보낼 엄두가 안나네요"

중앙일보

입력

청소들의 새로운 놀이공간으로 자리잡은 PC방. 정보를 검색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려는 청소년들로 항상 북적인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PC방의 수에 비해 그 시설은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주부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등쌀에 PC방 출입을 허락하지만 좁고 지저분한 환경과 유해한 정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본사 주부통신원들이 집 주변에 있는 PC방을 둘러봤다. 점검에 참가한 통신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점은 탁한 공기와 어두운 조명.

서울 영등포구의 M PC방을 둘러본 주부통신원 김준희(29) 씨는 "육안으로 벽의 색깔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실내가 어두운 데다 사방에서 뿜어대는 담배연기로 공기가 매우 혼탁했다" 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통신원 김혜영(40) 씨가 이용해본 S PC방은 청소를 언제 했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바닥에 먼지가 수북했고, 각자가 가져다 쓰게 돼 있는 재떨이에는 모두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안전시설의 미비도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혜영씨가 가본 서초구의 P PC방은 두개의 출입구 중 하나는 자동판매기로 막혀 있어 하나의 출입구만 있는 경우. 김준희씨가 이용한 영등포 지역의 M PC방과 W PC방도 비상구 없이 하나의 출입구만 있을 뿐이었다.

특히 W PC방의 경우 공간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책상을 다닥다닥 붙여놓고 통로를 한 사람만 겨우 지날수 있도록 좁게 내놓아 만약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36명의 인원이 그 좁은 통로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 소화기가 아예 보이지 않는 곳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S PC방을 살펴본 주부통신원 이돈아(33) 씨는 비상구도 없고 소화기도 없는 PC방이 어떻게 허가를 받아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PC방의 유해환경에 대해 막연한 걱정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우리 아이를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는 것이 이씨의 PC방에 대한 감상.

이씨는 또 "평수에 맞게 컴퓨터 대수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실내에서 금연을 실시할 수 없다면 금연석과 흡연석의 구분이라도 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하지만 주택가에 위치한 PC방들 중에는 업주의 철저한 관리로 청소년들에게 유용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곳도 있다.

주부통신원 김은주(35) 씨는 경기도 분당구의 J PC방의 경우 실내 전체가 금연지역으로 담배를 피우려면 PC방 밖으로 나와야 하는 규정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고 추천했다.

김씨는 "우리집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을 함께 가봤는데 별로 걱정스러운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면서 "넓은 공간에 개방적인 느낌을 주는 곳으로 어린 학생들이 게임을 즐기는 가벼운 오락실과 같은 분위기였다" 고 전했다.

또 밤 10시가 되면 주인 아저씨가 학생들을 모두 귀가시켜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들의 PC방 이용을 허락할 수 있었다.

한편 서울 YWCA에서 최근 서울 시내 1백개 PC방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구가 없는 곳은 54%, 소방시설이 없는 곳은 34%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들의 흡연을 묵인하는 PC방은 68%, 밤 10시 이후에도 청소년의 출입이 허용되고 있는 업소는 42%로 집계됐다. 환풍기가 전혀 설치되지 않거나 1개만 설치돼 있는 곳은 36%에 이르렀다.

PC방 이용자 가운데 실내조명이 어둡다고 응답한 사람이 56%, 실내공기가 탁하다는 의견은 84%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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