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에 찾아온 암, 노래봉사로 이겨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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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노래도 봉사할 수 있어 기쁩니다.“

 손자의 재롱을 볼 나이에 신인가수의 길로 들어선 조경래(72·사진·부산시 중구 영주동)씨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말 자신의 음반 ‘메모리즈’를 출시했다. 이 음반에는 ‘천년이 가도’, ‘사랑 하나로’, ‘처음처럼’, ‘내일은 있다’ 등 자신의 인생을 표현한 트로트 4곡이 담겼다. 비록 팔기 위해 만든 음반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기념음반 형식이었지만 그는 국내 최고령 신인가수가 됐다.

 그는 다른 무명가수 25명과 ‘참사랑연예인연합회’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4년째 부산지역 요양원, 장애인단체, 재소자 모임 등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해오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계시는 어르신들이 우리 노래를 듣고 어깨춤을 들썩이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그가 노래로 봉사하는 가수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2008년 청천벽력 같이 찾아온 직장암 2기 판정이었다. 그는 언제 생을 마감해야 할지 모르는 ‘위기 속에서 노래가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을 이긴 뒤 그는 자연스레 노래로 봉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1964년 가수 꿈을 키우면서 가요계가 아닌 영화계에 먼저 발을 들여 놓았다. 작은 키에도 운동으로 단련한 몸 덕분에 액션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연 이상의 역을 맡지 못하며 카바레 등에서 노래를 부르는 무명가수의 길을 걸었다.

 그는 “여생은 덤으로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노래봉사를 계속하겠다”라고 말했다. 공연신청 010-3885-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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