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개발자 "몇십년 뒤 무슨일 있을지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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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얼굴 주름을 펴는 약 보톡스(보툴리눔 독소제) 발명자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특허권을 너무 싼값에 팔아 치워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다. 주인공은 바로 미국 제약 벤처회사인 앨런 스콧의 앨런 B 스콧(사진) 회장이다.

 스콧은 인도 신문 타임스오브인디아(TOI)와의 13일(현지시간)자 인터뷰에서 “1991년 제약회사 앨러건에 450만 달러(약 50억4000만원)를 받고 넘겼다”며 “(보톡스가 이렇게 인기인 줄 알았다면)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한 스콧은 껄껄 웃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그는 “내가 보톡스 특허를 계속 보유했다면 해마다 10억 달러 정도를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은 보톡스가 성형 약품으로 쓰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안과 의사인 그는 안면 근육 치료제로 보톡스를 개발했다. 원료도 아주 독성이 강했다. 상한 통조림 속 바이러스가 만든 독소다. 미국 등에선 화학무기로 쓰이고 있을 정도다.

 그는 “그 독이 너무 강해 보톡스를 개발하는 동안 해독제를 맞았다”며 “보톡스가 성형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내 얼굴에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뜻밖에도 스콧은 보톡스의 안전성을 의심했다. 그는 “보톡스가 젊은 사람에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하지만 몇십 년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톡스가 안면 근육을 약하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콧은 70년대 개발해 89년 근육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2년 뒤인 91년 제약회사 앨러건에 특허권을 팔았다. 의사가 보톡스를 근육에 주사하면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전달물질을 막아 주름살이 생기지 않게 한다. 미 FDA는 2002년 이 효과를 인정해 성형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제약회사인 앨러건은 지난해 16억 달러(약 1조7900억원)어치를 팔았다. 앨러건은 “보톡스 매출액은 해마다 15% 정도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내년께 미 제약회사인 존슨앤드존슨이 비슷한 약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앨러건 독점체제가 위협받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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