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의 성공 요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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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수생은 분명 실패한 자임에도 불구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다. 왜 그럴까. 첫째, 재학생과 재수생의 시간의 개념이 다르다. 재학생과 재수생은 현실적 개념이 다르다. 고3 재학생은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의해 ‘단절과 연속’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러나 재수생에게 ‘단절과 연속’은 자신의 의지와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 즉, 재학생은 학교내신, 행사 등으로 수능 집중학습에 단절을 겪는다. 하지만 재수생은 자기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시간이 연속적으로 주어진다. 수능 공부는 일정 기간 동안 공부의 양적 축적을 요구해 학습시간의 단절은 성적상승에 걸림돌이 된다. 이런 면에서 재수의 성공요인은 철저한 자기관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째, 재수생은 수능시험까지 일련의 경험을 축적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성공의 요인을 질문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실패경험을 꼽는다. 결과적으로 성공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자신이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정확히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재수생은 1년 과정을 재학생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자신의 취약점을 정확하게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해 학습이나 입시전략에서 현실적으로 대응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셋째, 재수생은 수시에 강하다. 이 말은 다소 생소하다. 일반적으로 ‘수시=내신‘ 혹은 ‘수시=재학생‘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도식이 깨진 것은 오래 전 이야기다. 재수생이 수시에서 강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수시전형이 수능을 중심으로 하는 논술전형이 가장 많은 인원수를 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학생에 비해 재수생들의 논술준비 상황이 더 나은 여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재수생은 수능 탐구영역에 강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영역 관리에 유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재학생은 시간 문제뿐만 아니라 탐구영역에 대한 잘못된 인식(6월 후에 탐구를 공부하는 태도)으로 탐구영역을 망치거나 편중된 학습태도를 취한다. 모든 영역의 학습을 10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하지 못해 편중된 학습태도를 갖는 것이다. 쉬운 수능일수록 특정 과목에 치우치는 학습 태도는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다.

 다섯째,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적인 판단을 내린다. 재학생들이 수시에 대응하는 논리를 살펴보면 의외로 맘속에 품은 대학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수시는 원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며 정시는 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수시는 정시보다 훨씬 많은 학생을 선발하는 다양한 입시의 현실적인 제도다. 이런 의미에서 수시전형을 전략적인 태도없이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태도다. 대부분 수시전형에서 실패한 학생들에게 ‘왜 그 대학에 지원했니?’ 혹은 ‘왜 그 학과에 지원했니?’라고 물으면 전략적인 방향이 없다. 전략적인 방향이 없다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재수생은 전년도의 실패 경험을 기반으로 현실적인 대응 자세를 취하기가 재학생보다 쉬운 편이다. 이는 전체적인 입시방향에서 전략적인 대응을 하는데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물론 재수생 모두가 현실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지도교사들도 학생들의 현실과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지도할 수 있는 상담 능력을 갖춰야 한다.

<강성진 강남청솔학원 분당본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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