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과학 두뇌 56명 가세 … 날개 단 덩샤오핑 863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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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중국이 국가 과학정책 선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국제화 수준이 높은 홍콩의 대표적인 과학자들을 사상 처음으로 영입해 정책 입안과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중국 과학기술부(과기부)와 홍콩 창신과기서(創新科技署)는 10일 홍콩의 과학자 56명이 ‘863계획’(중대과학연구계획) 전문가 풀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풀에 소속되면 국가 대부분의 과학정책 입안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하고 주요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효율성 등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국은 그동안 각종 연구프로젝트는 외국과 협력해 왔으나 국가 주요 과학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대륙 외 인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과기부 기초연구사(基礎硏究司) 펑이치(彭琪) 부사장은 “국가 핵심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제적 선진성과 공정성·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홍콩의 핵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한 것”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 풀에 선정된 전문가들은 홍콩대와 중문(中文)대, 과학기술대 등 6개 명문대학 교수들이다. 이들은 항공에서 전자공학·무기화학·수학·의료·생물학 등 30여 개 분야의 세계적 과학자다. 홍콩대의 즈즈밍(支志明) 교수의 경우 세계 발광물질 분야에서 세계 최고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지금까지 300여 편의 각종 금속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또 일본 교토(京都)대 출신인 탕번충(唐本忠) 과기대 교수는 세계 정상급 고분자화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 전기공학의 왕정핑(汪正平·중문대) 교수는 전기공학에서, 스웨이(史維·과기대) 교수는 우주항법 연구에서 국제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은 우선 올해 중국 정부가 중점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원격탐지·지리정보시스템·위성항법·우주탐사 등 4개 분야 22개 항목의 구체적인 연구프로젝트 선정 심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연구프로젝트가 선정되면 관련 연구 분야에 참여해 선진 연구기법과 해외 유수 연구소와의 협력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또 앞으로 각자 관련 분야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구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홍콩 창신과기서 왕룽전(王榮珍) 서장은 “그동안 홍콩 정부가 구축해온 선진 연구시스템과 기법을 모두 중앙정부에 이전할 예정이며 양측 과학 연구 협력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가 과학정책의 선진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영국 등 선진 과학기술연구소와의 정책 협력도 강화해 이를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863계획=중국의 핵심 과학기술 정책 계획으로 덩샤오핑이 1986년 3월(863) 중국의 대표적인 과학자들과 만나 향후 국가 과학정책을 논하면서 지시해 마련됐다. 이후 중국 정부는 매년 이 정책에 근거해 국가 중점 연구과제 등을 선정한다. 중국의 미사일과 핵·우주 관련 기술은 863계획 확정 이후 대규모 투자로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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