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24년만에 노메달 복싱 몰락

중앙일보

입력

새천년 첫 올림픽이 열린 시드니에 한국 복싱의 몰락을 알리는 조종이 울렸다.

70-80년 복싱 강국으로 이름높았던 한국은 시드니올림픽에 모두 9체급에 출전했지만 단 한 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하고 예선 탈락했다.

한국이 올림픽 복싱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24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복싱계는 물론 국내 체육계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라이트 플라이급의 김기석(서울시청)만이 8강까지 진출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1회전 또는 2회전에서 중도하차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단 1명 출전시킨 김은철(라이트 플라이급)이 동메달을 획득해 대조를 이뤘다.

한국 복싱의 몰락은 사실 예정된 수순이었다.

8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속에 '헝그리 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렸던 복싱에 입문하는 유망주는 점차 줄어들었다.

성황을 이루던 각급 학교 복싱부와 복싱 도장들은 지망생들이 줄어들다 보니 하나 둘 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명맥을 유지하던 복싱 도장들도 선수 양성이 아닌 여성이나 중년 남성을 위한 '다이어트 복싱'이나 '에어로빅 복싱' 등으로 탈바꿈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악의 위기상황에서도 대한복싱연맹은 집안 싸움에만 급급해 아무런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한국 복싱의 몰락을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랜 기간 내분으로 조직력이 약화된 복싱연맹이 새 천년에 거듭나지 않는다면 한국복싱의 회생은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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