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 비인기종목 남자하키의 금메달 꿈

중앙일보

입력

`열악한 여건속에서 일궈낸 대표적인 비인기종목의 금메달 꿈'

한국에서 하키를 한다는 것은 비인기 종목의 선수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어려움을 사서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남자 실업 하키 팀은 상무를 포함해 단 3팀. 협회에 등록된 남자 실업 선수의 수는 후보 선수를 합쳐도 40여명에 불과하고 팬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세계최강 네덜란드에 1천여개의 하키 클럽이 있고 두터운 인기를 자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 올림픽을 앞두고 장급 여관에 투숙하며 합숙 훈련을 한 대표팀은 전용 연습장도
없는 메뚜기 신세다.

그러나 한국 남자대표팀은 이처럼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결승전 진출이라는 위업을 세웠다. 88년 서울올림픽때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내 10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
긴 한국 남자하키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는 아예 출전조차 못했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5위에 그친 것을 고려해보면 놀라운 발전이다.

한국이 이처럼 놀라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선수들의 정신력을 언급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협회는 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준우승에 그치자 대표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이후 새롭게 태극마크를 달게 된 젊은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뒤 2년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훈련을 이겨냈다.

한국이 강호 파키스탄과의 준결승전에서 일명 `가미가제'라고 불리는 위험한 수비작전을 펼친 것도 열악한 여건 속에서 얻어진 강인한 정신력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30일 펼쳐질 결승전의 결과와 상관없이 박수를 받아야 하는 이유도 선수전원이 이번 대회에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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