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사고 예방 위해 비상대책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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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실은행과 우량은행을 막론하고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짐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직원교육에 나서는가 하면 기존 관리체제를 전면 재점검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번 금융사고가 날 경우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이고 은행 이미지에도 큰 손상을 입어 곧 시작될 2차 금융구조조정을 앞두고 치명적인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6일과 27일 이틀간 서울과 지방으로 나누어 지역본부별 영업점장 회의를 갖고 각종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일선 점포에 통지했다.

최근 금융사고들이 기본적인 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판단, 사고예방점검표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특히 사고가 주식투자나 경마 등으로 빚을 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 직원들이 금전적 압박을 받는 지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검사때도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했다.

한빛은행도 최근 상근감사위원 명의로 전 부점장에게 공문을 보내 내부통제와 자점감사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강력히 촉구했다.

한빛은행은 공문에서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할 것이며 상사의 위법, 부당한 지시에 추종 또는 맹종한 사람이나 위법 사실을 알면서도 제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람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조흥은행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집중 점검하도록 했다.

시재금에 대한 검사를 매일 하고 거액거래명세와 여신취급명세를 매일 2회 이상 출력해 이상유무를 점검하며 창구직원의 전결대상 전표도 입금은 건당 5천만원, 지급은 1천만원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영업점을 대상으로 불시 자체점검을 실시하게 했으며 타행의 사고사례를 들어 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별도의 교육도 준비중이다.

제일은행은 전 점포의 자점감사자들을 소집해 사고방지에 대한 교육을 시켰으며 내부통제를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도 각 부서와 점포에 전달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금융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업에서 부실이 생기면 은행들이 떠안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으며 또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사기가 크게 저하돼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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