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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3인 회의, 서기호 옹호 발언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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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승태 대법원장

9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11층 회의실. 대법원장실 바로 옆에 붙은 회의실에 대법관들이 차례로 들어갔다. 2600명이 넘는 판사들을 대표하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상징하는 이들이다.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달리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판사 재임용 문제가 대법관회의 의제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대법관들이 자리에 앉은 뒤 마지막으로 양승태(64·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이 들어갔다. 회의실 문은 오후 7시까지 열리지 않았다. 이날 대법관회의에서 과연 어떤 말이 오간 것일까.

 세 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서기호(42·29기) 서울북부지법 판사 재임용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고 한다. 주목할 대목은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유일하게 한 명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영철(58·8기) 대법관이었다. 그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 판사가 2009년 ‘재판 개입’ 논란 때 신 대법관 퇴진 여론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신 대법관 스스로 ‘재판 회피’를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던 서 판사는 법원 내부 통신망에 “대법원장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징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대법관들은 우선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제출한 근무평정(성적) 결과와 서 판사의 소명자료 등을 검토한 뒤 토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을 좌우한 건 연임심사 대상자 가운데 하위 2%에 해당하는 서 판사의 근무평정 결과였다고 한다. 서 판사는 “2002년부터 10년간 ‘하’ 5회, ‘중’ 2회, ‘B’ 1회 등의 평가를 받았는데 하위 2%라는 결과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발해 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정 법원장 한 사람이 평가한 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각각 다른 법원장들이 평가한 결과”라며 “한두 번은 오류가 있을지 몰라도 (대법관들도) 그 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 판사의 ‘가카의 빅엿’ 페이스북 발언이 평정에 반영됐더라도 지난 한 해에 반영되는 데 그쳤을 것이다. 대부분의 평정에서 ‘중’ 정도를 받았다면 한두 번 ‘하’를 받았다고 해서 재임용에서 탈락되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서 판사를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친 대법관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되거나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들도 서 판사 탈락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수-진보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평정 결과에 따라 재임용 여부가 갈린 것으로 관측된다.

 대법관들은 다만 이번 재임용 탈락이 판사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법원 내부에서는 “서 판사 탈락을 계기로 대법원이 매년 재임용에서 일정 비율을 탈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반 기업처럼 하위 몇 %씩 잘라내는 식은 아니라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 판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언에 관해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판사들의 SNS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관 14명 중 박일환(61·5기) 대법관만 페이스북 계정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 대법관도 실제 이용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법관 재임용 탈락’ 결정 … 9일 비공개 논의 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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