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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4번 결혼한 헤밍웨이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첫 부인 해들리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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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헤밍웨이와 파리의 아내
폴라 매클레인 지음
이은선 옮김, 504쪽
21세기북스, 1만3800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친구였던 『위대한 게츠비』의 저자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을 인용하자면, 헤밍웨이는 새로운 대작을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부인을 필요로 했다. 두 번째 아내 폴린 파이퍼와의 결혼생활 중에 『무기여 잘 있거라』(1929)를 내놨고, 세 번째 부인 마르타 겔호른과 살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를 출간했으며, 네 번째 아내 메리 웰시와의 결혼한 뒤 『노인과 바다』(1951)를 썼다.

『헤밍웨이와 파리의 아내』는 헤밍웨이로 하여금 첫 장편소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1926)를 쓸 수 있게 해준 첫 번째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에 관한 얘기다. 헤밍웨이가 파리에 정착했던 1921년부터 1927년까지의 얘기다. 이 ‘파리에서의 7년’이 헤밍웨이에게는 문호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견습기간이었던 만큼, 해들리는 ‘조강지처’의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저자는 이제껏 ‘마초’ 헤밍웨이의 ‘파리 시절 아내(Paris wife)’로만 통했고, 스스로 평가하듯 “파리의 여인들이 공작이라면 나는 흔해빠진 암탉”으로 묻혀있던 해들리를 그늘에서 끄집어낸다. 당시 문학과 예술의 수도였던 파리에서 활동하던 화려하고 당당한 신여성들과는 달리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상에 가까웠던 해들리였지만 헤밍웨이에게는 그녀와의 결혼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아니 유일하게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살아봐야 ‘행복했던 순간’을 알 수 있다는 게 인간이 불행한 이유 아닌가. 대문호라고 나을 게 없다.

자전적인 작품에서 한번도 등장시키지 않아 해들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헤밍웨이였지만 말년에 쓴 회고록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축제』에서는 “내가 그녀(해들리) 말고 다른 이들을 사랑하기 전에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하고 고백한다. 헤밍웨이는 이 책이 출간되기 전 엽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바로 그 한 문장이 해들리에 관한 소설의 계기가 됐는데, 충실한 자료를 통해 두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드는 두 번째 아내 폴린) 사이의 애증관계와 시시각각 변하는 심리묘사를 전기처럼 투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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