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스티브 잡스 뒷조사한 FBI “목표 위해선 진실·현실 왜곡할 성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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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그의 뒷조사를 한 1991년 당시의 스티브 잡스. [AP=연합]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10월 사망한 스티브 잡스를 몰래 뒷조사했던 자료들을 10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당초 이 자료들은 2036년까지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공개 비밀자료로 분류됐으나 잡스가 사망하자 이번에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됐다.

 FBI 자료에 따르면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를 대통령 직속기관인 수출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했다. 그러자 FBI는 인사자료 수집차 잡스의 동료와 가족·동네 주민들을 인터뷰했다. 결과적으로 잡스는 발탁되지 못했다.

 모두 191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사람들은 잡스가 “진실과 거짓말을 뒤섞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한 것으로 드러났다. 85년 FBI가 컴퓨터 회사 넥스트(NeXT)를 창업한 잡스에게 애플에서 왜 떠났느냐고 묻자 잡스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해 잡스와 생각이 다른 몇몇 사람들은 “그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진실과 현실을 왜곡할 것”이라며 “솔직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FBI가 면담한 한 여성은 “잡스의 삶이 결핍된 건 잘난 체 하는 그의 성격과 천박함 때문”이라면서도 “잡스의 꿈은 크고 고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잡스는 기만적인 성격의 인간”이라며 “정치적으로 고위직을 맡으려는 성격이므로 대통령 직속 위원으로 추천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주변인사들을 면담한 자료들을 토대로 ‘잡스의 대인관계는 매우 믿을만하며, 잡스는 직설적이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말하는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선 잡스가 죽기 직전 자서전에서 스스로 밝힌 마약 복용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잡스는 FBI와의 인터뷰에서 1970~74년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 마리화나, 해시시, LSD를 경험해봤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잡스가 이같은 약물들에 중독되지는 않았으며, 잡스가 마약을 경험할 당시에는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이를 조장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서 FBI는 잡스가 동양과 인도의 신비주의 또는 종교적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켰다는 주변 인물의 인터뷰를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또 잡스가 스파르타식의 엄격한 삶을 살고 있으며 때로는 수도승처럼 생활한다고 적었다.

 FBI는 1972년 홈스테드 고등학교를 졸업할 당시 잡스의 학점이 4.0만점에 2.65였다는 사실도 보고서에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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