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의 눈’ 무와피 이집트 막후 실력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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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최근호에서 이집트 정치권의 새로운 실력자로 무라드 무와피(62·사진) 정보국(GID) 국장을 지목했다. FP는 “무바라크 시대의 기둥과 같았던 인물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무와피는 앞으로 격변하는 이집트 정계에서 ‘막후 실력자(undercover strongman)’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GID는 우리로 치면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정보기관으로, 비밀경찰 ‘무카바라트’를 운용하고 있다. 테러·안보 분야의 정보 수집은 물론 국내 정치 사찰, 위험 인물 감시 등도 맡고 있다.

 무와피가 GID 국장에 오른 것은 지난해 1월 31일. 이집트 시민혁명이 태동하던 때였다. 전임자는 오마르 술레이만. 무바라크 통치 시절 18년간 정보 당국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GID의 업무를 기존의 안보 문제에서 확대해 국내 정치 사찰, 이란·이스라엘 관계, 콥트교 등 비이슬람교도 감시 등으로 확대한 인물이다. 그는 부통령에 취임하며 무와피에게 ‘정보 군권’을 넘겨줬다. 하지만 민주화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결국 하야했다. 술레이만은 물론 아흐마드 샤피크 총리 등 무바라크의 다른 측근들도 연달아 물러났다. 하지만 무와피는 군정을 실시하는 군 최고위원회(SCAF)와 협력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FP는 무와피가 국내외 분쟁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외부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막후에서 많은 분쟁을 중재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인권 탄압에 대한 이집트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 SCAF 대표로 나선 것은 물론 SCAF의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 문제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중재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 하마스와 파타의 연합 회담을 중재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포로 교환에도 개입했다. 앞으로 무와피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세력이 날로 커지는 GID가 ‘빅브러더’가 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일각에서는 무와피와 GID의 비리 연루설도 나온다. 이집트의 반군부 시민운동 ‘거짓말쟁이 군인들(Military Liars)’을 조직한 전직 육군 장교 아메드 에자트는 “GID가 국가 예산을 들여 사설 경호업체를 세운 뒤 고위 인사 경호 등의 사업을 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GID는 견제를 받지 않는 ‘국가 안의 국가’”라고 비판했다. 정치평론가 아민 알마디는 “독재정권의 눈이 됐던 GID가 이제는 SCAF까지 통제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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