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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보울은 ‘소셜 보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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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미식축구 결승전인 수퍼보울이 미국에서 최근 몇 년간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6일 열린 46회 수퍼보울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고 시청률에서 단 0.1%포인트 떨어지는 47.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 수는 1억1000만 명을 가뿐히 넘으며 역대 최고였다. 게임을 중계한 방송사가 초당 1억원을 훌쩍 넘긴 광고비를 정당화할 만한 시청률과 시청자 수였다.

 이번 수퍼보울을 앞두고 시청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프로풋볼연맹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처음으로 경기를 공식 중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수퍼보울이 TV라는 ‘제1 스크린’과 PC를 비롯한 ‘제2 스크린’,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이라는 ‘제3 스크린’ 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원년이라고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조금 달랐던 셈이다. 경쟁이라기보다 ‘동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TV와 동시에 PC를 켜놓은 사람의 비율이 30% 이상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들 세 개의 스크린을 상호 보완하는 방향으로 함께 이용했다.

 또 이번 수퍼보울은 자연스럽게 ‘소셜보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여러 방면에서 소셜미디어 활용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중 광고를 내보낸 기업들은 대부분이 수퍼보울 중계 이전에 예고편 형식으로 광고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를 통해 공개해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결승에 오른 두 팀과 미국프로풋볼연맹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은 경기 전부터 예상 출전 선수 명단과 결과에 대한 예측으로 뜨거웠다. 이런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전 바람몰이가 수퍼보울의 TV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끄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

 광고물에 대한 평가 역시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뤄졌다. 사전 공개 때 1차 평가, 중계방송을 보면서 2차 평가, 그리고 경기 후에 더욱 많은 의견을 종합해 최종 3차 평가가 내려졌다. 특정 광고에 대한 평가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다. 경주견 그레이하운드의 레이스를 소재로 한 광고를 내보낸 모 기업의 경우 경기 전에는 동물학대적 요소가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경기 후에는 소셜미디어상의 집중토론에서 동물을 활용한 다른 광고물과 비교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수퍼보울은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매체와 TV라는 기존의 매체가 서로 어떻게 상승작용을 일으키는지 보여줬다. 시청률에서, 광고 효과에서 이 같은 상승 작용은 분명해 보인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는 기존의 매체를 대체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소한 기존 매체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TV가 라디오를, 비디오가 TV나 영화를, 인터넷이 TV와 신문을 없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우려와 달랐다. 대부분의 새로운 매체는 기존 매체와 함께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인간의 정보와 오락의 세계를 넓히고 깊이를 더해 줬다.

 새로운 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방어막을 쳐선 발전이 없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문물이나 매체를 어떻게 포용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고민해야 한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