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여자 -67Kg급 미리보기

중앙일보

입력

죽음의 체급, 한치 앞이 안 보인다.

여자 67Kg이하급은 이번 올림픽 태권도경기 남녀 8개 체급에서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그야말로 '죽음의 체급'이다. 누가 금메달을 차지하게 될 지 정말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체급이다.

이 체급에서 가장 유망한 기대주였던 한국의 조향미가 의외의 복병 이선희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빼앗기면서 이 체급은 무주공산이 되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조향미 다음임을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체급 출전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우선 세계랭킹 1위 조향미를 꺾고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이선희, 1999 세계선수권대회 웰터급 1위를 차지했던 스페인의 엘레나 모랄레스, 같은 대회 라이트급 3위였던 호주의 리사 오키페 등 12명의 참가 선수 중 만만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중국의 희루민은 지난 4월 프랑스월드컵에서 웰터급 1위를 차지한 강자고 네덜란드의 무잠 무스켄스는 1999 세계선수권대회 웰터급에서 스페인의 엘레나 모랄레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었던 무시할 수 없는 선수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중에서 우승 후보를 점친다면 스페인의 엘레나 모랄레스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이다. 엘레나는 파워에서 주요 경쟁상대인 한국의 이선희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관록에서도 전혀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엘레나는 스페인에서도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엘레나는 태권도 경력 14년의 스페인이 자랑하는 스타다. 엘레나는 한번도 상대해보지 않았을뿐더러 누군지도 잘 모르는 한국의 이선희와 맞서게 되는 점이 호재이자 악재다. 조향미보다는 상대하기가 쉬울 것으로 보이지만 잘 모르는 선수라는 점은 분명 좋지 않다. 그러나 엘레나 스스로는 특정 선수만이 아닌 모든 선수가 다 위협적인 상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엘레나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적수는 아무래도 한국의 이선희다. 이선희는 국제경기 입상 경력이 적어 세계 주요 언론에서 우승 후보로 소개되지 않고 있지만 선수층이 두터운 한국 대표인데다가 이 체급 최강자 조향미를 꺾었다는 점이 우승 후보로 꼽게 만든다.

이선희는 기술이 다양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반면에 체력과 스피드가 외국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선희의 소속팀인 삼성에스원의 김세혁 감독은 "이선희가 체력과 스피드만 보강한다면 쉽게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호주의 리사 오키페는 엘레나나 이선희에 비해서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지만 최근 기량이 많이 향상된다가 자신의 안마당에서 대회를 치른다는 이점 때문에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다. 호주 언론에서는 리사의 우승 확률을 아주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무잠 무스켄스는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의 엘레나 모랄레스에게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패배를 멋지게 설욕할 생각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다. 무잠은 또 한국의 이선희도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고 있다.

멕시코의 모니카 델 레알도 주목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입상권에 들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 죽음의 체급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이번 올림픽 태권도경기를 지켜보는 주요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는 사람이나 경기에 나서는 사람이나 승패에 대해 그 누구도 장담을 못하기 때문에 한 경기가 한 경기가 손에 땀이 나는 치열한 접전으로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을 발휘하는 이선희일까, 노련한 엘레나일까 아니면 패기의 리사, 그것도 아니면 힘의 무잠일까.

어쨌든 결과는 29일 밤늦게 나게 될 것이고 우승자는 그 누구보다 큰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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