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의 승리 드림팀에도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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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시즌 17승(10패)을 거두었다. 그것도 8이닝 무실점의 역투로 팀의 1-0리드를 지켜나갔다. 팀타선의 지원이 없이도 자력승부를 했다는 것이 박의 성장을 대변해준다.

동양인 최다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어려운 시즌 17승을 메이저리그에서 이뤘다는 것은 한국인의 기개를 떨친 자랑스러운 일이다.

박찬호는 오늘 1-0의 스코어가 말해주듯 완벽투를 선보였지만 그 뒤에는 수비의 뒷받침이 있었다. 4회 무사 1-3루의 실점위기에서 포수 크루터가 박의 원바운드 공을 몸으로 블로킹한데 이어 빠른 송구로 1루주자 존 메브리를 2루에서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체력이 떨어진 8회 선두 그렉 라루카의 중견수 머리위로 날아가는 타구는 탐굿윈의 빠른발과 역모션 캐치동작이 어울어진 호수비가 걷어내주어 1점을 지켜낼 수 있었다.

6타자 연속삼진을 기록하는 등 13개의 삼진을 뺏어낸 오늘 경기는 한마디로 체인지업의 승리다. 올 시즌 17승 고지에 올라선 박찬호의 가장 큰 성공이유도 변화구의 컨트롤이 잡힌데서 찾을 수 있다.

빠른 변화구로 상대 타자를 현혹시키는 재미는 앞으로 박찬호를 지켜보면서 자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직구만 노린 타자들이 다양한 구종을 보유한 박에게 대처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박찬호의 시즌 17승은 시드니에서 미국과 결승진출을 다툴 드림팀에도 희소식이다.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한 것은 마이너리거로 구성된 미국대표팀에겐 한국 야구에 대한 접근 자체를 다르게 할 수 있다.

박찬호의 양아버지인 미국팀의 토미라소다 감독은 찬호의 17승을 누구보다 기뻐할 것이지만 제2 제3의 박찬호가 도사리고 있는 한국 대표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절정의 체인지업을 던질 박찬호의 18승 도전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부담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유종의 미를 거두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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