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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도 서러운데 출마까지 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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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4·11 총선 공천 신청 접수를 시작한 6일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접수처가 한산하다. 이날 신청자는 2명뿐이었다. 접수처에 한나라당으로 표기된 이유는 ‘새누리당’ 당명은 오는 9일 상임전국위와 13일 전국위의 의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이 공천신청자들에게 공천에 탈락해도 승복하겠다는 자필 서약서를 요구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 2월 6일자 4면>

 새누리당 서약서엔 본래 “공천에 탈락하더라도 당적 이탈·변경 등의 해당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들어 있는데 과거엔 서명만 받았으나 이제는 이에 대한 본인의 각오와 만약 낙천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직접 써 내란 것이다. 사실상 ‘무소속·타당 출마 포기 각서’나 마찬가지다. 물론 서약서에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정치권은 2005년 공직선거법에 ‘당내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는 같은 선거구에서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른바 ‘철새 방지법’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경선’에 패했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지 ‘공천 심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근혜계가 대거 탈당해 ‘친박연대’나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제력은 없더라도 서약서가 공천신청자들을 정치적·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는 꽤 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6일 “검사장 출신인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마치 피고인 자술서 받듯이 서약서를 받으려고 한다”고 불평했다. 경북 지역에 공천신청서를 낼 A씨는 “이건 불공정 거래다.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에 ‘다른 대기업과는 거래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라’고 강요하는 행태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이 같은 강수를 동원한 것은 야권 통합 기류에 맞서 보수표 결집이 절실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을 흡수해 당세를 키우려는 ‘박세일 신당(국민생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설연휴 직후 전체 현역 의원 지역구에서 ‘이번 총선에서 000 의원을 다시 찍겠느냐’는 취지의 설문이 포함된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교체를 원하는 경우(분자)/교체를 원하지 않는 경우(분모)’로 수치화해 ‘교체지수’를 마련했다. 예컨대 교체를 원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10명이고,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5명이면 ‘교체지수’는 2.0이 된다. 역대 선거에서 2.0 이상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고, 1.75 이상은 공천이 어려웠으며, 1.0∼1.5는 공천이 가능한 경우로 분류됐는데 이번 조사에선 상당수가 공천이 위험한 단계인 1.6~1.7 사이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서울에서의 교체지수가 높았고, 부산의 경우 17명의 지역 의원 가운데 최하위 3명이 중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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