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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류우익 ‘통일 항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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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류우익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통일 항아리’라 부르며 추진해온 통일계정 신설안이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국회는 6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통일계정 신설을 골자로 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 초반 민주통합당이 당 소속 위원들의 ‘전원 반대’ 의견을 전달하면서 여야 토론으로 이어지지도 못한 채 개정안은 테이블에서 내려졌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과 같은 당 소속 김충환 의원은 “통일재원을 쌓아두고 통일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엔 국민이 다 공감하는 것 아니냐”며 개정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지금은 통일계정 안건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 간 협력기금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통일을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북한이 통일계정을 흡수통일 추진으로 생각해 대남 도발 등 강경책을 야기할 소지도 있다”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의 제대로 된 반박도 없이 개정안 채택이 무산되자 통일부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관계자는 “교류 협력 부진과 통일 이후를 대비하자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데, 대북정책 심판론으로 연결된 게 안타깝다”며 “총선 이후 4월 국회가 열린들 제대로 논의되겠느냐”고 말했다.

 통일기금안은 당초 중앙일보가 제시한 통일 대비 어젠다였다. 2008년 예산의 1%를 북한기금으로 모으자는 안을 낸 데 이어 2010년 9월엔 비상사태에 대비한 적립식 통일기금 조성으로 안을 구체화했다. 그해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를 제안했고, 야당의 송민순 의원과 여당의 정의화·김충환 의원 등이 통일기금 마련을 위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류우익 장관이 ‘북한 주민에게 희망을 주는 항아리’ ‘통일 세대의 부담을 더는 준비’ 등의 논리로 기획재정부 등을 설득해 정부안을 국회에 올렸지만,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논의 자체가 엉켜버렸다”며 “이명박 정부의 업적을 만들어줄 수 없다는 심리가 정치권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2030년 통일이 될 경우 초기 1년간 최소 55조원이 든다’는 가정 아래 향후 20년간 55조원을 ‘통일 항아리’에 담는다는 게 통일부 복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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