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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덩샤오핑처럼 원자바오 ‘남순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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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일 광둥성 광저우시 쉴리 지역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 [광저우 신화=연합뉴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강화(南巡講話)’ 20주년을 맞아 개혁·개방을 역설했다. 특히 “개혁·개방이 없으면 죽음의 길밖에 없다”고 한 덩의 유명한 발언을 반복해 개혁파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원 총리는 덩이 1992년 1월 남순강화를 위해 방문했던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를 3∼4일 방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방문에 동행하는 형식이었지만 무게중심은 개혁·개방 강조 발언에 쏠렸다. 올해가 덩의 남순강화 20주년이기 때문이다. 원 총리는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고, 인민들의 생활을 개선하지 않으면 오직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 개혁·개방 노선은 앞으로 10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했던 덩샤오핑의 발언을 반복했다.

 그는 이어 농민의 투표권과 촌민위원회 위원에 대한 직접 선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선거는 엄격한 법 체계와 공개·공정·투명한 절차 속에서 치러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국무원 전체회의에서도 원 총리는 “우리는 솔직히 인민대표와 인민 대중에게 보고함으로써 인민 대중이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반드시 멈춤 없이 경제체제와 정치체제 등 각 영역의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 개혁과 관련된 만큼 민감한 내용이지만 원 총리는 작심한 듯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원 총리는 또 농민의 토지재산권 보호도 강조했다. 그는 “농민의 동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토지 수용을 하는 것은 부당하며, 농민이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더라도 그 땅은 해당 농민에게 재산권이 있다”고 명시했다. 그는 부패한 지방 정부 권력에 맞서 싸워 새로운 당 지부를 세운 광둥성 우칸(烏坎)촌 사건을 사례로 들면서 도시화 역시 적법한 절차와 보상을 거쳐 자발적인 동의를 통해 토지 사용권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순강화=덩샤오핑이 92년 1월 18일부터 2월 22일까지 우한·선전·광저우·상하이를 돌면서 개혁·개방을 가속화 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을 말한다. 중국 당국이 89년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하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은 보수파의 반대로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제재를 가했다. 남순강화를 계기로 중국은 다시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후 중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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