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 유가 '기름'부어 일단 진화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SPR) 3천만배럴를 방출키로 결정함에 따라 고유가가 한풀 꺾였지만 방출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 정부는 1991년 걸프전 당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전략비축유 3천3백75만배럴를 방출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국제유가는 급속히 하락했고, 실제 방출된 전략비축유도 1천7백30만배럴에 그쳤다.

그만큼 전략비축유 방출은 유가 안정에 큰 공헌을 한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회의론도 제기하고 있다.

91년의 고유가 사태는 걸프전이라는 특수상황으로 빚어졌지만, 이번의 고유가는 수급불균형 등 구조적인 문제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 긍정론〓상당수 전문가들은 다음달부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80만배럴을 증산하는데다 이번 방출결정으로 하루 1백만배럴 증산효과가 있어 국제유가는 당분간 30달러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피트롤리엄 파이낸스의 석유산업분석가인 조지 버래넥은 "심리적인 안정효과가 커 상당한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2일 오전(현지시간) 방출 소식이 알려지자 미 뉴욕시장에서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배럴당 가격(현물가 기준)이 전날보다 2.18달러 떨어진 32.0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부장관은 "이번 방출로 올 겨울에 공급되는 난방유가 3백만~5백만배럴 추가로 늘어날 것" 이라며 "필요할 경우 후속조치를 하겠다" 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는 "연말까지는 증산과 겨울철 수요증가로 원유가격이 혼조세를 보이겠지만 내년에 석유회사들의 재고량이 늘어나면 안정세로 접어들어 두바이유의 경우 배럴당 가격이 올 하반기의 27~30달러선에서 내년에는 평균 25달러선도 기대해볼 만하다" 고 전망했다.

◇ 회의론〓원유정제공장의 정제능력이 한계에 달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원유정제공장들의 하루 평균 생산능력은 1천4백만배럴이지만 미국의 하루 소비량은 1천8백60만배럴에 이른다.

'리처드슨 장관은 이에 대해 "다음주 정유공장 관계자들과 만나 대책을 협의할 것" 이라고 말했다.

' 알리 로드리게스 OPEC의장은 "방출유는 대부분 고유황 중질유이기 때문에 저유황유보다 질이 떨어지는데다 정제비용.시간이 많이 들어 유가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이라며 "가격인하 효과는 일시에 그치고 곧 반등세로 돌아설 것" 이라고 말했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 내부에서도 방출 반대여론이 적지 않아 추가방출도 쉽지 않다.

로런스 서머스 재무장관은 "비축유를 가격안정을 위해 방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며 "원유시장은 미국이 또 방출하리라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인하 효과는 일시에 그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이라크.쿠웨이트에서는 전운이 감도는 등 전세계적으로 원유공급 상황이 불안정한 것도 문제다.

◇ 전략비축유 방출과정〓실제 방출되는 것은 11월 1일이다.

미 정부는 다음달 2일 석유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에 부친 후 입찰가격에 따라 방출량을 배정할 계획이다.

91년에는 석유회사들에 현금을 받고 파는 형식으로 방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석유회사가 내년에 배정물량에다 이자분 물량을 얹어 상환한다는 조건 아래 방출하는 '스와프방식' 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전략비축유 규모는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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