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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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비상상황에 대비해 보관 중이던 미국 내 전략 비축유(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 3천만배럴의 방출을 결정했다.

빌 리처드슨 에너지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난방유 재고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미국 가정들이 올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이 SPR의 방출을 결정했다" 고 밝혔다.

이같은 조치는 미국이 앞으로 고유가 행진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의지 를 표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동산 두바이 원유 가격이 배럴(1백60ℓ)당 30달러 이하로 내려가는 등 국제 유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과 쿠웨이트 등은 미국의 조치를 환영했다. 나세르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SPR 방출로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되기를 희망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장인 알리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유가가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효과는 일시적일 것" 이라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 결정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SPR 방출을 촉구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미국 내에선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SPR가 국가적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인 만큼 단기적이고 정치적 조치로 이용돼선 안된다" 고 비판했다.

◇ SPR란=제1차 석유파동 이후인 1975년 포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성됐다. 미국 내 한달 소비량인 5억7천만배럴이 루이지애나.텍사스주에 있는 멕시코만 소금동굴 속에 보관돼 있다.

91년 걸프전 당시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3천만배럴이 방출됐으나 실제로는 1천7백만배럴만 사용됐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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