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선 작년 횡령 11곳 퇴출시켜놓고…상장 폐지 소액주주들 헌법소원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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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899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를 공시한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공시팀 사무실은 대책 마련을 위해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한화 측 실무자도 이날 밤 거래소를 찾아 “검찰 주장과 우리의 입장이 크게 다르고, 한화의 재무 건전성과는 상관없다”고 항변했다. 5일 거래소는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화 주식에 돈을 넣은 투자자는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인터넷 주식사이트·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유전 무죄, 무전 유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에 회부된 코스닥 기업 16개 가운데 11곳이 증시에서 퇴출됐다. 이 때문에 대주주의 횡령혐의로 상장 폐지된 일부 코스닥 종목의 소액주주는 헌법소원까지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명인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거래소가) 급행심사를 한 이유로는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감사위 기능 강화를 드네요. 그런데 한화 이사회에는 5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전직 임원으로 사실상 자격이 없어 보이네요”라고 지적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도 “엄벌이 최고인데, 소액주주 피해를 줄여야 하는 문제로 고민을 했을 것”라고 아쉬워했다.

 금요일 저녁 늦게 부정적인 내용을 올린 한화의 ‘올빼미’ 공시와 이틀 만에 매매거래 정지 결정을 번복한 한국거래소도 도마에 올랐다. 팍스넷에 글을 올린 한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화그룹의 주가는 당분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재부각되며 한화그룹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차분한 반응이다. KTB투자증권 오진원 연구원은 “검찰 기소 내용은 2005년에 벌어진 사건에 대해 김승연 회장이 지금 주주에게 배상하라는 것”이라며 “뜯어보면 현 주주에게는 오히려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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