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부순희, "왜 내게 이런 운명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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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심술이 또 `주부총잡이'를 울렸다.

사격대표팀이 내심 금메달을 기대했던 22일 스포츠권총 본선. 부순희(33.한빛은행)는 컴퓨터 채점판에서 자기기록을 확인하고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의 한국기록(592점)은 고사하고 대표선발전 기록(585점)에도 12점이나 뒤진 573점으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이번이 3번째 올림픽 무대.

암투병 중인 시어머니와 언니에게 희망의 금메달을 안겨주려던 노력이 얄궂은 운명에 짓밟힌 순간이었다.

장갑석(한국체대 교수) 권총코치 역시 믿었던 부순희가 결선진출에 실패하자 말없이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려 "격발감각과 컨디션이 좋았는데 코치인 나조차 이유를 모르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부순희는 주종목인 스포츠권총은 물론 공기권총에서도 10년 넘게 세계정상을 지켜온 명사수.

세계선수권(94년)을 비롯, 최고 권위의 월드컵파이널스(99년)와 세계 양대 월드컵으로 꼽히는 밀라노(97년), 뮌헨(98년) 등 국제대회에서 평생 한 번도 하기 어려운 우승을 거의 매년 해오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경력에 유독 올림픽만 빠져 있다.

첫 올림픽인 88년 서울에서 17위에 그친 데 이어 '92바르셀로나올림픽 파견 대표 선발전에서는 "귀신에 홀린" 바람에 마지막 한 발을 쏘지 못해 탈락했고 4년전 애틀랜타에서는 출산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4위에 머물렀다.

부순희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운이 따르지 않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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