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 문턱서 … 펀드 환매가 또 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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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코스피가 3일 11.96포인트(0.60%) 내린 1972.34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가치는 0.1원 오른 1118.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코스피지수 2000 돌파가 좌절됐다. 펀드 환매 탓이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1.96포인트(0.6%) 떨어진 1972.34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외국인이 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장중 1993.88까지 오를 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2000선 돌파는 ‘식은 죽 먹기’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시장의 발목을 잡은 곳은 ‘기관(투자자)’이었다. 꼬집어 말하자면 펀드 자금을 굴리는 운용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015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18일부터 9거래일 연속 자금이 유출됐다. 이 기간 동안 빠져나간 금액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뚫고 올라간 이후부터는 매일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렇게 펀드 환매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본전 심리 때문이다. 도박판에서 돈을 잃고 있는 사람이 자리를 뜰 수 있을 때는 본전을 찾았을 때다. 행동재무학에서는 이를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로 설명한다. 보유 자산의 가격이 매수가격 이하로 떨어졌을 때는 매도하기를 주저하다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면 바로 처분해 추가 이익의 기회를 상실하는 현상을 말한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는 “올 들어 주가가 오르면서 랩 수익률이 개선되자 오히려 돈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 1950~2050 구간에 주식형 펀드와 랩을 합쳐 8조6000억원 수준의 매물벽이 있다”며 “이 중 30~40%가량이 환매한다고 가정하면 3조~4조원가량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004년 7월 이후 코스피지수 1950~2000 구간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를 통해 시장에 들어온 자금은 2조7530억원이다. 2000∼2050에서는 1조5880억원이 들어왔다.

 그러나 외국인의 추가 매수를 감안하면 펀드 환매가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달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7400억원이 빠져나갔지만 1조6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만기 청산을 감안하면 본격적으로 환매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김 연구위원은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에는 하루 3000억~4000억원씩 환매됐다”며 “올 들어선 환매 규모가 하루 평균 1000억원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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