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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반대 교장, 퇴직 한 달 앞두고 중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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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교육청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초등학교 교장을 중징계했다. 퇴직을 앞둔 해당 교장은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심판 절차인 소청(訴請)심사를 청구했고, 학부모들도 반발하고 있다.

 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구암초등학교 채용학(62·사진) 교장은 지난해 8월 ‘교장 공모제 면접에서 무상급식에 관해 부정적으로 말하면 탈락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인터넷 카페 ‘서울 교장 교감회’ 회원들에게 보냈다. 2003년 채 교장 주도로 만들어진 이 카페의 회원은 현재 3800여 명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교장 공모제 면접 대상자 14명 전원과 면접위원 2명을 조사한 결과 e-메일 내용이 허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지난달 25일 “채 교장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 정년퇴직할 예정이던 채 교장은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간 학교를 나올 수 없게 됐다.

 교육계에서는 무상급식을 밀어붙인 곽노현 교육감이 일선 교장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예민하던 시기에 진보 성향 교사의 제보로 감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채 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카페 회원들에게 보낸 e-메일을 갖고 허위 사실 운운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직생활 42년 동안 촌지 한 번 받지 않은 사람을 중징계하는 감사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징계에 불복한 그는 지난달 27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학교운영위원회 남중경(44) 부위원장은 “15일 졸업식이 있는데 평생 한 번 받는 초등학교 졸업장이 교장 이름도 없이 나가게 됐다”며 “아이들도 소문을 듣고 술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금 3000만원 나온 교육감도 출근하는데 42년 근무한 교장 선생님의 명예를 생각하더라도 중징계는 자제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25일 시교육청을 방문해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다음 주 규탄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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