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외부 이벤트 기획사가 주관하는 블록버스터 전시는 지양하겠습니다.”
김홍희(64·사진) 서울시립미술관장이 2일 취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도심 교통의 요지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은 그간 외부 기획사에 장소를 내 주고 고흐·샤갈·모네 등 서구 근대 미술의 거장들을 들여와 관객몰이를 해왔다. 서구 미술사의 대표작을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도 했지만 “대표적 공립미술관으로서 자체 기획이 실종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김 관장은 “시립미술관을 서울 시민은 물론 한국 미술인들의 자랑거리이자, 한국 현대미술 세계화의 진원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술관은 작가·작품을 알릴 뿐 아니라 역량 있는 큐레이터도 배출해야 한다”며 “큐레이터의 기획력 신장을 위해서도 자체 기획전 중심으로 전시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외부 기획사에게 위탁할 게 아니라 유수의 미술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류전을 열며 세계적 수준의 현대미술관으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예산은 97억원. 모두 시민들의 세금에서 나온다. 관람객 수 같은 가시적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을 법도 하다.
김 관장은 이에 대해 “ 시립미술관이 ‘한 눈에 알 수 없고 어렵다’고들 하는 현대 미술로의 물꼬를 트는 소통의 전선에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19세기 말∼20세기 초 대가들은 이미 많이 소개됐기 때문에 요셉 보이스·앤디 워홀 등 20세기 중반 이후 대가들을 소개한다면 관객이 뚝 떨어질 것 같진 않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2003), 광주 비엔날레 총감독(2006) 등을 지냈다. 2006년부터 4년간 경기도미술관장으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