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급락 시나리오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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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도쿄(三菱東京)UFJ은행이 일본 국채의 가격 급락에 대비한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일 보도했다. 단일 금융기관으로는 일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5.6%) 은행이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본 국채의 붕괴 가능성에 주목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 측은 위기 대응책에서 “4~5년 뒤면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해 수조 엔에 달하는 국채를 팔아야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픽 참조>

 현재 일본의 국가부채는 약 1000조 엔. 이 중 국채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빌린 게 748조 엔이다. 이 중 미쓰비시도쿄UFJ가 보유한 액수는 42조 엔으로 전체의 5.6%에 달한다. 은행 측은 일본의 경제성장률, 환율, 경상수지 등 30개 지표를 점검해 국채 가격 하락의 징후가 나오는 대로 즉각 국채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 측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일본이 경상수지 적자로 전락하는 2016년께 일본 국채의 신용이 하락,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지고 10년 만기 채권의 금리가 현 1%에서 3.5%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은행은 일단 10년 이상 장기국채 약 3조 엔어치를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하고 기간 1년 미만의 단기국채로 전환하기로 했다. 단기일수록 약속대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 경우 다른 투자자들도 대거 국채 매도에 나설 공산이 크다”며 “금리가 한때 7%까지 치솟았던 이탈리아처럼 재정위기가 악화될 우려마저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까지 일본 국채는 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9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외국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아치우는 바람에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와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 안전 신화가 조금씩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게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분석이다.

국가부채가 국민 금융자산(1500조 엔) 규모에 근접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장기국채의 금리가 뛸 때가 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은행이 2016년의 예상 국채 금리로 상정한 3.5%가 되면 국채를 갚는 데 쓰이는 이자만 20조 엔 이상 늘어나 아무리 소비세를 올린다 해도 빚 변제를 위한 새로운 빚이 산더미처럼 불어나는 재정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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