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 성적표 … 해외서도 촉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1일 무역수지 적자 소식이 알려진 직후 서울 외환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전날 달러당 1123.3원에 마감했던 원화 가치는 순식간에 1130원 선을 뚫으며 하락했다. 이후 “2월에는 흑자 반전할 것”이란 정부 전망이 전해지고, 수출업체들도 달러 매물을 내놓으며 이날 원화 값은 하락 폭을 줄여 달러당 1126.3원으로 마감했다.

외환은행 김두현 수석외환딜러는 “적자 폭이 두 자릿수에 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해 시장에 다소 충격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무역수지는 당분간 원화 값이 많이 오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출과 무역수지는 민감한 지표다. 무엇보다 외환 유동성과 직결돼 있어 외환 시장에 즉각 영향을 준다. 해외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경제인 한국의 무역 성적표는 세계 경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석우 장관이 지난달 중순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이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을 예고하고 나선 것도 시장의 심리적 충격을 줄이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도 이 지표에 유달리 공을 들인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일례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래 휴일 여부를 가리지 않고 매달 1일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는 전통이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치 자료도 휴일이었던 올 1월 1일 발표됐다. 소비자물가지수·산업활동동향 등 정기적으로 산출되는 다른 주요 경제 지표가 휴일을 피해 발표 일정을 조정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250억 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330억 달러에서 상당 폭 줄어든 규모다.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9.6%에서 올해는 6.7%로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