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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신문 활용해 밥상머리 교육 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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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김숙아(오른쪽)씨가 아들 서재윤군에게 기사에 대해 느낀 점과 생각해 볼 거리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명헌 기자]

■신청 사연=“맞벌이 부부입니다. 엄마가 직장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하네요. 신문을 활용해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공부도 하고 마음도 나눌 수 있는 밥상머리 교육법이 있을까요?”

김숙아(42·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막내 아들 서재윤(서울 연가초5)군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 재윤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에 다른 엄마들처럼 집에서 따뜻하게 맞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재윤이는 뒷전이기 일쑤다. 서둘러 가족들 저녁식사를 챙기고 미뤄뒀던 집안일을 해치우느라 재윤이와 마땅히 대화할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김씨는 “책 한 권을 같이 읽고 대화를 나눠보자니 분량이 만만찮아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가족끼리 짤막한 기사 한 토막 돌려 읽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상식도 넓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며 자문을 구했다.

■이렇게 해보세요=정옥희 NIE연구위원은 김씨에게 가정에서 하는 NIE 원칙부터 알려줬다. 먼저 ‘신문으로 하는 토론과 대화, 글쓰기 활동은 가급적 15분을 넘기지 말라’다. 엄마 욕심에 자녀를 긴 시간 붙잡고 앉아 기사 내용을 하나하나 이해시키고 하면 NIE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말이다. 둘째는 아이가 기사 내용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주라고 조언했다. 정 연구위원은 “NIE를 엄마 눈높이에 맞추다 보면 아이에게 ‘교훈과 상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과욕을 부리게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NIE용 기사부터 아이가 직접 고를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등 아이가 스스로 신문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김씨와 재윤이를 상대로 대화법 코칭도 해줬다. 먼저 재윤이에게 직접 NIE용 기사를 고르게 했다. 재윤이는 ‘입양 안 되면 안락사 … 견생 3막 엣지가 보내는 글’(2012년 1월 25일자 2면)을 택했다. “기사의 주인공 ‘엣지’를 보니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땅콩’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뜸 “기사를 읽고 뭘 느꼈어? 이 강아지가 사람보다 훨씬 나은 것 같지 않니?”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이어지는 엄마의 질문에 재윤이의 대답이 뚝뚝 끊기자 정 연구위원은 “물어보는 순서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기사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점검한 뒤에 느낀 점과 문제 해결 방법 등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씨를 대신해 정 연구위원이 직접 재윤이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기사에 나온 ‘엣지’랑 재윤이가 키우는 ‘땅콩’이랑은 뭐가 다른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엣지를 소개한다면 어떤 개라고 알려주고 싶니?” “엣지가 안락사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넌 어떻게 받아들였어?” 등 질문이 순차적으로 이어지자 재윤이는 “사람을 위해 봉사한 개를 안락사 시키는 이유를 모르겠다. 누군가 엣지를 입양해 남은 생애 동안 보호받으며 지냈으면 좋겠다”는 답을 술술 내놨다.

김씨는 “재윤이가 평소에는 단답형으로 짤막한 대답밖에 안 해 말을 조리 있게 못한다고 생각했다”며 “질문이 달라지니 아이의 표현도 논리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신기해했다.

■김숙아씨 가정에 추천하는 NIE는

밥상머리 대화: 정 연구위원은 “대화의 주인공은 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모가 아이의 이야기에 평가하거나 해결책·교훈을 주려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 재윤이가 고른 기사가 정말 재미있구나” 혹은 “기사에 등장하는 ○○란 사람은 그런 일을 겪고 얼마나 속상했을까”라는 식으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며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기사 내용만으로는 대화가 쉽게 끊어질 수 있다. 정 연구위원은 “가족의 생활 모습, 친구들과 있었던 경험담을 기사 내용과 연관지어 이야기를 이어나가라”고 조언했다.

가족 일기 쓰기: 밥상머리 대화로 기사에 대한 글감이 풍부해지면 재윤이가 글로 정리하면 된다. 엄마와 아빠는 재윤이의 글 아래에 짤막한 코멘트를 남겨놓기만 하면 된다. 정 연구위원은 “맞벌이 가정이라 아이의 생각과 진로에 대한 진지한 대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족 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가족끼리 공감대가 형성되고 아이의 글을 통해 적성과 소양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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